근심걱정 벗어나서 감로(甘露)를 맛보라

 

  

1. ‘나’란 과거 기억의 보따리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가지의 근심걱정을 안고 세상을 살아간다.

미국 모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근심걱정의 내용을 조사해서 분류해 놓은 논문을 써서 관심을 끌었다. 그 논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의 근심 중에 30%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 의 일이라고 한다. 지금 후회하고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아무 소용도 없는 지나간 일들， 그리고 근심걱정의 태반을 차지하는 것 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일이라는 것이다(40%).

거기다 20%는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시비와 질투의 마음은 자신의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

근심걱정의 10%는 병과 건강문제인데 아직 있지도 않은 병을 걱정하고 있다.

할 일 없는 사람이 남의 근심걱정까지 조사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생각의 속성을 통해서 우리는 명상의 근본을 통찰 하게 된다. 즉， 생각은 과거와 미래로 구성되어 있고 과거의 기 억을 통해서 미래의 공상으로 발전해간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 세우는 ‘나’ 라고 하는 실체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과거 기억의 보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 라고 하는 실체는 어떤 고정불변의 존재가 있어서 오늘의 나를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보고 듣고 교육받은 결과에 의해서 ‘오늘의 나’ 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바로부터 자신의 신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믿는 바로부터 자신의 경험을 지어내는 것이다.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 라고 했지만 생각 속에서 만나는 신은 자기 관념이 만들어낸 허구의 신이다. 인간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부처님 또한 지극히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 생각과 욕망을 넘어 존재하는 무한한 연기의 세계를 통찰하지 못하고서는 부처님의 깨달음은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불교수행의 근본은 생각을 갚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욕망의 세계를 넘어서 궁극의 실상을 통찰하는 일이다.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공상에 빠져들지 않고 지금 나의 존재를 각성하는 방편이 바로 화두이고 염불이며， 주력이고 오체투지의 예배이다. 그러나 눈 밝은 스승의 지도가 따르지 않으면 화 두와 염불 또한 자기관념에 떨어지게 된다.

부처님은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공상에서 벗어나는 최상의 방편으로 호흡의 관찰을 설법하신다. 호흡은 ‘지금， 여기’ 에서 얼어나는 내 몸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2.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 존자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은 그의 왕국에 돌아와 설법하신다.

그때 11살 된 아들 라훌라는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유산을 물려 달라고 한다.

부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아들 라훌라의 머리를 깎아 출가 시킨다. 그리고 수행의 진수를 가만히 일러준다.

“라홀라야.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관찰 하거라. 이 법을 수행 하면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라홀라야， 현상은 모두가 무상한 것이다. 또 그 현상을 인정하여 갖가지로 생각하고 번민하는 마음의 활동도 무상한 것이다. 이를 잘 관찰 해보아야한다”

부처님의 설법을들은 라홀라는 들숨날숨의 법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행할 수 있는 길을 여쭌다.

불자(佛子)란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라훌라 존자는 미래의 불자들을 대신해서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고 중생의 마음을 정화하고 열반에 이르는 길을 부처님께 여쭈었던 것이다. 여기에 부처님의 설법이 이어진다.

“라훌라야， 우선 몸을 바로하고 뜻을 똑바로 세워 앉아라. 숨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언제나 긴 숨은 긴 숨인 줄 알고 짧은 숨은 짧은 숨이라 알고 따뜻한 숨은 따뜻한 숨인 줄 알아서， 몸속에 널리 퍼지고 있는 숨의 기운을 분명히 느껴야 한다. 이와 같이 실행하면 근심이나 번뇌가 없어져서 큰 수확이 있을 것이며 부처의 생명， 감로(甘露)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아들 라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일념으로 수행하여 깊은 선정에 들어갈 수 있었으며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부처님의 유산은 그의 아들 라홀라 존자에게 비로소 상속되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속받은 라홀라 존자처럼 우리 불지들도 부처님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정진의 고삐를 늦추면 안된다.

 

 

3. 산란심을 다스리는 염불호흡법

 

유치원생들이 행진할 때 선생님이 “하나 둘” 하면 학생들이 “셋 넷”하고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달리기 선수가 달릴 때 “하나 둘” 하며 숨을 내쉬고 “셋 넷” 하며 숨을 마신다. 발걸음과 호흡이 일치할 때는 피로가 많이 덜어지고 기세가 상승한다.

해인사의 한 스님은 하루 5000배씩 기도 200일 정진으로 100만배 기도를 성취하였다. 그 스님 말씀이， 절을 오래오래 하게 되니 한 호흡에 절 한 번이 자기도 모르게 이뤄지게 되는데 그러자 피로도 모르고 시간도 잊고 환희심의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또 대비주(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수행하는 한 불자는 말한다. 처음 대비주를 외울 때는 한 편에 1분 정도 걸리지만 오래오래 하다보면 한 호흡에 한 편씩 된다면서 그때는 입으로 외 는 것이 아니라 필름처럼 한 눈에 지나간다고 한다. 또 지리산의 한 스님은 한 호흡에 대비주를 두 편씩 하는데 눈에 빛이 나서 어두운 밤길을 전등 없이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호흡과 마음은 하나의 채널이다.

호흡과 함께할 때 내 자신을 호흡과 함께 멈출 수 있다. 이때 환희에 가득찬 빛을 볼 것이다. 이것은 인간 자아의식의 멈춤이며 우주 혼돈의 멈춤이다. 이 때 자신의 참 성품， 진여를 보고 우주속의 자신을 본다.

 

아미타불 명상호흡. 첫째

ㄱ. 좌선의 자세로 앉는다.

ㄴ. 달리기 선수가 “하나 둘” 하며 숨을 내쉬듯이 “아 · 미”에 맞추어 이 단으로 숨을 내쉰다. 다시 “타 · 불”에 맞추어 이 단계 호흡으로 들이쉰다.

ㄷ. 아미타불의 명호에 맞추어 이 단계 호흡을 계속한다.

 

산란심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호흡법이다. 보통의 호흡보다 아랫배 깊이 숨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단 호흡을 행할 때 온몸에 충만해지는 기력을 느끼게 된다.

  

아미타불 명상호흡. 둘째

ㄱ. 고요히 정좌한다.

ㄴ. 자연호흡의 날숨과 들숨에 맞추어 마음속으로 ‘아미타불’을 염한다.

ㄷ. 숨을 내쉴 때 자기의 전 신경을 내쉬는 숨에 집중하여 “아’ 하고， 들이쉬는 숨에 의식을 모아 “미" 다시 날숨 “타" 들 숨 “불”의 요령으로 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과 주시하는 의식이 순일하게 이어질 때 몸과 마음은 고요해진다. 그 때 호흡은 자연스럽게 깊고 가늘고 길고 고르게 된다.

몸과 마음이 고요해지면 기쁨이 샘솟게 되는데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 기쁨이요， 빛이요， 불생불멸하는 영원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점점 미세해지는 호흡과 주시하는 의식이 일체가 되는 순간 그 때 몸과 마음은 사라진다. 내가 숨쉬는 게 아니라 우주가 나를 숨쉬게 된다. 나 한 사람이 선정에 들 때 우주적인 선정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