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우리가 다시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있지요. 이렇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극락의 하늘’이라 합니다. 선조들은 경을 쓸때 이 극락의 하늘을 만들기 위해 닥나무를 심었어요. 닥나무를 심고 물을 줄때도 향수를 타서 물을 줍니다. 그 닥나무로 한지를 뜰 때도 보살계를 수지하고 몸가짐을 단정히 한 후에 종이를 만들었어요. 종이를 뜨는 사람들도 공을 들여서 종이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쪽빛(감색)은 이렇게 감색 쪽물을 들인 색깔을 말합니다. 우리 나라의 가을 하늘과 같은 색이지요. 우리 마음속에는 많은 망상과 번뇌의 구름이 생깁니다. 어느 순간에 번뇌의 구름이 다 사라지면 극락의 쪽빛 하늘이 나타납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는 것은 구름과 구름 사이에 파란 하늘을 만드는 틈을 만드는 것이고 그 틈을 키워가고 언젠가는 이 구름이 다 사라진 극락의 하늘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보름이 되면 미타재일을 맞이하고 설날 추석을 맞이하고, 밖에 나간 남편과 자식을 맞이 합니다. 살다보면 청년을 맞이하고 중년, 노년을 맞이하고 그 다음에 맞이하는 것이 무엇이죠? 죽음이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까? 당하고 있습니까? 미타재일 여러분이 모여서 재를 올리고 기도를 하는 것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연습을 하고 힘을 키우는 것 이예요. 내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때 부처님(아미타불)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이렇게 되면 죽는다고 하지 않고 왕생 한다고 해요. 이 극락왕생에 대한 가르침을 체계화 시킨 분이 있는데 전남대 법대 교수 김지수씨입니다. 중국 대만에 유학을 하면서 정토법문에 인연이 닿아서 이쪽으로만 한결같이 신행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 교수님은 무등산이 아미타불의 법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미타불의 12가지 다른 이름 중에서 ‘무등광불’이란 칭호가 있어요. 어떤 빛깔도 비교할 수 없는 한량없는 빛을 온 세상에 나투고 그 빛으로서 사람들의 번뇌를 구제하고 어둠을 다스리는 빛이기 때문에 무등광불이라고 한답니다. 광명이라는 말을 해석해 보면 자연의 빛을 광이라고 해요. 햇빛 전깃불 조명등이 광이고 명은 불보살의 몸에서 나오는 지혜의 빛을 말합니다. 달빛과 같은 사랑의 에너지를 명이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드는 삼매 중에 ‘애월삼매’ 라는 경지가 있어요. 한 여름에 무더위가 가시고 달이 떠오르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사람들에게 안식과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줍니다. 이와같이 부처님이 정에 들어 있으면 부처님 몸에서 나오는 달빛과 같은 사랑의 에너지가 번뇌와 괴로움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져서 편안하게 해준다는 겁니다. 신라 때 남산에서 한 스님이 새벽에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을 하면 이 소리를 듣는 괴롭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불심으로 승화되었다는 이야기를 삼국유사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극락왕생 발원 염불의 열 가지 믿음을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신생필유사(新生必有死) -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음을 맞이한다. 이와 같은 기도를 묵상하면 삶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삶에만 집착을 하면 상처를 주고 받는 업의 삶을 살게 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서 내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현세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믿음이 생겨난다는 것이죠. 신인명무상(信人命無常) - 사람의 목숨이 덧없음을 믿는다.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병이나 사고로 죽는 일이 많아집니다. 한국 40대 남성의 사망률이 세계최고 랍니다. 한국의 남성들은 경쟁심이 강하고 책임감이 커서 일에 집중하다가 생명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버려요. 이유없이 돌연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삶을 돌보지 않고 여유를 찾지 못해서 전혀 죽음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당하고 마는 사람은 죽어서도 객귀가 되어 버려요. 욕심과 집착과 원한이 주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게 되지요. 이 덧없음을 일본 사람들은 다도에서 꽂꽂이로 표현을 해요. 하근동백. 다실에 여름에는 무궁화를 꽂고 겨울에는 동백을 꽂습니다. 무궁화는 아침에 피어났다가 저녁에 오므려서 떨어집니다. 꽃의 생명이 한나절이죠. 그런데 왜 이름이 무궁화일까요? 하나의 꽃은 피었다가 지지만 하나의 무궁화나무에서 200-500개의 꽃송이가 피었다가 지고를 반복합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생명을 주었고 나의 자손에게 그 생명을 이어줍니다. 동백은 가장 예쁠 때 바로 떨어져 버립니다. 시들고 색도 변해서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떨어진 것이 예쁘지요. 이것은 생명이 꼭 늙어서만 죽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어리든지 젊든지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윤회로험(信輪回路險) - 윤회의 길이 험난함을 믿는다. 이생만 살고 마지막이 아니고 이와 같은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믿는다는 말이죠. 이생의 원수를 다시 만나고 고통을 다시 느끼고 사랑과 증오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자비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신고고시장(信苦치시장) - 악도의 고통은 시간이 긺을 믿는다. 사람으로 테어나지 못한 짐승이 있고, 몸을 갖지 못한 귀신이 있지요. 그런 세계에 들어가면 시간이 길어서 언제 빠져 나올지 기약이 없어요. 신불어불허(信佛語不虛)-부처님의 말씀은 헛되지 않음을 믿는다. 성은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말씀에의지해서 믿음을 갖습니다. 신실유정토(信實有淨土) - 진실로 극락정토가 있음을 믿는다. 이렇게 중생의 세계가 있듯이 부처님이 계시고 부처님의 극락세계가 있음을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원생즉생(信願生卽生)-왕생을 원하면 곧장 왕생하게 됨을 믿는다. 신생즉불퇴(信生卽不退) - 왕생하면 결코 후퇴하지 않음을 믿는다. 아미타불의 정토에 태어나면 불퇴전의 경지에 이른다고 해요. 물러서지 않고 보살의 몸으로 열심히 원력을 수행한다는 것이죠. 신일생성불(信一生成佛) - 한번의 생애에 부처님이 됨을 믿는다. 선에서는 견성성불이라고 하는데, 정토에서는 왕생성불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부처님의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성불하기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왕생성불이라고 합니다. 신법본유심(信法本有心) - 법문의 근본은 오직 마음임을 깨달음을 믿는다. 김지수 교수가 새로 책을 냈는데 <의심끊고 염불하세> 입니다. 이 책에는 중국 역대 조사들의 정토법문이 여러 편이 실려 있어요. 광주분들은 무등산이 아미타불의 법신임을 알고 믿어서 무등산 산행을 한번 계획해 보고, 걸음걸음에 아미타불을 부르고 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체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가을을 맞이해서 진실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가운데 신행을 중심으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