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차 열매와 차꽃을 함께 들어보이고 계시는 현장스님 10월 1일 지장재일 법문 앞으로 우리가 살아서 보름달을 볼수 있는 날이 몇일이나 될까요? 전에 대원사에서 가을에 큰스님이 법문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나이가 먹어 가을을 맞이하고 보니까 내년에도 또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지막 맞이하는 가을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저 예사롭게 보이던 풍경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지요.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모습, 새들이 날아가는 풍경,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따가운 햇살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 눈물나도록 아름답겠지요? 이것은 비단 가을을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깊이가 훨씬 깊어지고 소중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삶이 마지막 쯤에 도달했다면 마무리를 잘해야 되겠다, 살면서 그동안 내가 받은 많은 것들을 되돌려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보본 (報本:태어나거나 자라난 근본을 잊지 않고 그 은혜를 갚음) 은 추석의 다른말 입니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근본을 생각하는 때가 바로 추석이라는 것이죠. 나를 있게 한 근본은 바로 부모님이고 부모님에게는 바로 윗대의 부모님이 계시죠? 나무에 뿌리가 있는 것처럼 나에게는 부모와 조상님이 있습니다. 바로 그 부모와 조상님들을 위해서 새로 나온 과일과 곡식을 준비해서 자신의 뿌리를 살피는 날이 바로 추석인 것입니다. 추석때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차(茶)를 올리는 것이예요. 우리 조상님들은 아무리 많은 제물을 올려도 차가 빠지면 제사가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름이 차례랍니다. 다른 음식들은 몸을 살찌우지만 차는 정신의 에너지를 생성시키고 지혜를 키우는 것입니다. 차나무는 실화상봉, 모자상봉 즉 꽃과 열매가 같이 만나는 특성이 있어요. 이 열매는 바로 작년꽃들이 지고 난 자리에 열린것이죠. 어머니가 자식을 만나는 것 같고, 스승가 제자를 만나는 것 같고, 왕이 왕세자를 두는 것 같이 인간의 모든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차나무예요. 또 제사때 올리는 세가지가 밤과 대추 그리고 곶감이 있지요. 이 세가지에는 우리 조상들이 다음세대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 지구상에 비숫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중에 엄지 손가락 지문이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고 하나의 은행나무에 수많은 이파리들이 각자 크기가 다르고 모양도 다릅니다. 각자의 개성이 있다는 말이죠. 밤나무도 마찬가지로 밤나무만의 특성이 있는데 밤나무의 알밤은 땅속에 묻혀도 썩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해요. 지금의 밤나무에는 나무가 되게한 알밤이 있다는거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근본을 바로 아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밤을 올리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대추나무는 일화일과(一花一果)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한꽃에 꼭 한 열매를 맺는다는 겁니다. 자신이 있게 한 조상님이 있듯이 자신도 후손을 꼭 있게 하라는 의미지요. 마지막으로 감나무는 감씨를 심어도 우리가 먹는 감이 안 열리고 못먹는 감(고염)이 열립니다. 조상님들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전부가 아니며 교육을 시키지 아니하고 내버려두면 제 구실을 못한다고 생각했다는거지요. 홍시가 여러분에게 한마디 할때가 있는데 혹시 들어 보셨나요? 우리가 홍시를 한입 먹으면 “나도 젊었을때는 떫었어요” 이렇게 말을 하죠. 여러분들도 젊었을적에는 아니꼬운것도 많고 자기 생각과 안맞다고 싫어하고 그랬지요? 떫은 감을 단맛으로 바꿔 주는게 가을햇살이예요. 여러분도 이 가을 햇살을 받아서 단맛과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에는 많은 경전이 있고 수행방법이 있지만 재가자들에게 가장 좋은 수행의 주제는 용서입니다. 마음에 맺힌 분노의 기운을 없애지 못하면 수행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해요. 우리의 삶이 무거운 이유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사람을 용서할 때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 달라이라마께서 최근 쓴 “용서” 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 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다.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을 잊어 버리면 우리의 마음은 매우 좁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 그 좁은 공간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크게 보인다. 하지만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자동적으로 넓어진다. 이때는 자신의 문제가 아무리 큰것이라 해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중략> 복수는 더 큰 불행을 낳는다. 따라서 더 넓은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 복수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므로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잊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과거의 고통이 양쪽 모두의 편협한 마음에서 생겨났음을 자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더 지혜로워지고 성장했음을 느낀다. 미움은 강인함이 아니고 나약함의 다른 모습이다. 미움을 통해 얻어진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미움이나 분노를 통해서는 누구도 행복해질수 없다. 용서를 통해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든 우리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에 이르게 된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이다.♥ 달라이 라마의 <용서> 중에서 우리가 용서를 하게 되면 원수였던 상대가 스승으로 바뀌게 됩니다. 현대의 세계는 끊임없는 전쟁과 테러속에 불안을 떨칠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지요. 이 전쟁과 테러의 배후에는 유일신을 가진 종교가 있습니다. 가르침이 있어도 모델이 없으면 사람들이 따르지 않지요. 달라이 라마의 경우 수많은 자신의 동포가 죽고 땅을 빼앗겨도 무력으로 그들에게 대항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중국과 중국인들을 위해 기도를 하라고 가르치지요. 이것이 비폭력과 자비의 불교정신임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는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