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 오늘이 스물 세번째 백일기도 회향날 이군요. 그동안 해 왔던 백일기도 중에 가장 알차게 진행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법당 보살님은 법당에서 맡은 바 소임을 충실해 해 주셨고, 공양주 보살님은 많은 천도재 음식들을 계속 공양 올렸습니다. 특히 이번에 꽃이 시들기 전에 꽃공양을 올려 주신 꽃꽂이 보살님과 미타재일 마다 12년을 하루같이 참석해 주시는 거제도 미타만일회 회원님들, 이 자리에 어제 서울에서 출발하여 새벽 4시에 대원사 도착하신 용화심 보살님도 계십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백일기도를 위해 수고해 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중국 항주에 절이 있는데 깊은 산골짝에 한 스님이 움막을 짓고 살았대요. 이 스님이 기도 정진하면서 밤마다 영가들을 위해서 천도재를 올렸답니다. 밤에 많은 사람들이 절에 올라가는 것을 마을에 사는 사람들 눈으로 보게 됩니다. 밤중에 많은 사람들이 왜 가는지 직접 절에 올라가 보면 아무도 없더라는 거예요. 그 스님의 지극한 천도재로 사찰이 나날이 번창하여서 지금은 엄청나게 큰 절이 되었답니다. 우리가 지금 사람 몸을 받기 전에는 영가 였어요. 그리고 지금의 이 몸을 벗어나면 다시 영가가 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백일기도를 올리는 것은 보통은 조상이나 아기들의 영가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영가들이 작용을 해서 우리를 이 자리에 오게 한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전화나 메일로 소식들을 주고 받습니다. 그렇지만 영가들은 보이지 않는 느낌이나 감응으로 작용해서 우리를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것입니다. 내가 조상의 위패를 붙일 때 나와 조상이 따로 개별적인 것이 아니예요. 조상이 바로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남을 위하는 것이 곧 자기를 위한 것 이라는 마음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당 신부님들은 정초가 되면 주교님께 유언장을 바치고, 대만 사람들도 유언장을 써서 품에 지니고 다닌답니다. 대원사에서도 “죽음을 준비”하는 템플스테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켜 보고 참회와 발원의 마음으로 유언장을 씁니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서 준비하는 자세는 삶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할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평소에 이런 계획과 준비가 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서 떠돌아 다니면서 피해를 주지요. 전에도 한번 말씀드렸지만 살아가면서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때와 내가 누군가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때 가장 괴롭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비단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이와 영가 사이에서도 이런 현상은 일어 납니다. 예전에 대원사에 통영 출신인 정우 스님이란 분이 6개월 정도 살았어요. 이분은 스님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라 결혼하는 것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방편으로 스님이 되었어요. 이 스님은 잠을 자면 악몽을 꾸는데 어떤 여자가 자꾸 칼을 들고 나타나더랍니다. 이런 경우는 그 여자와 스님 사이에 원결이 맺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스님 앞에 항상 이 여자가 가로막고 있어서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거지요. 이런 분들은 참법을 베풀어 주고 참회의 기도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앞으로 대원사에서는 말기 암환자 들을 위한 기도집을 만들어서 49일 기도를 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마음을 한데 모아서 금생의 업과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업까지 참회해서 가벼운 업은 병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고, 무거운 업이라면 가족과 주변이 고통을 받지 않고 홀가분하게 몸을 벗을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오늘 불자들을 위한 건강수칙 하나를 알려 드립니다. 하루에 “일십백천만(一十百千萬)”을 일과로 살아가는 것이 그것인데요, 일은 하루에 1번 크게 웃는 것이예요. 한번 크게 웃을때 몸속에서 자기 정화가 일어납니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엔돌핀이 생기는 것이지요. 때로 우리는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보면서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세상은 이토록 괴롭고 힘든데 왜 부처님은 저렇게 웃고 계실까 라고요. 우리가 자신의 중심 깊이 들어가면 세상의 고통과 불행들이 자기를 흔들지 못해요. 부처님의 미소 속에는 이런 진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생활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잣대 중의 한 가지가 민사소송입니다. 한국은 소송건수가 일본의 2만 배랍니다. 지금 한국인은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실정임을 반증하는 것 이지요. 십은 노래를 10곡 부르는 것, 백은 다라니나 만트라를 100번 하는 것이고 천은 글자(정토다라니)를 1000번 쓰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다시 생각해 보면 치매 예방법입니다. 예로부터 전통적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말씨, 맵씨, 솜씨, 글씨, 마음씨 이런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고 해요. 이런 것들이 간결하면서도 적절하게 인품을 나타내는 것들이죠. 만은 걸음을 10000보 걸어야 한답니다. 우리가 말하는 ‘한참’은 12킬로미터 정도인데 걸음으로 만보 정도 입니다. 예불이 끝나고 지장전 앞뜰에서 호마의식을 거행합니다. 호마(homa)란 ‘불의 의식’이라는 의미인데 타오르는 불길속에 번뇌 망상을 던져 깨달음에 이르고 부정적 마음을 태워 소원을 이루게 하는 불교의 작법이예요. 미리 준비한 오곡과 사경문, 오약 위패 ,사경을 한데 태우면서 식재(재앙의 소멸), 증익(수명과 복덕을 증장), 경애(타인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음), 항복(원수를 굴복시킴)을 기도합니다. 비록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더라도 많은 분들이 우편으로 정성껏 보내온 사경문을 태워 그 정성을 하늘에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거행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