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덥지요? 선풍기 바람이 닿지 않는곳은 더 더울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을 해보면 이 더운데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요. 선풍기 없이 그냥 그늘에만 있는것도 시원하지 않겠어요? 그것을 “다이아나효과” 라고 합니다. 영국 왕비가 교통사고로 죽자 그 나라 사람들이 매우 슬퍼하며 마음껏 울었대요. 그 결과 영국 사회에서 우울증 환자가 50%나 줄어 들었답니다. 그렇게 자기보다 더 큰 고통과 아픔을 동정해서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자기 자신을 정화해 주는 효과를 가져 옵니다. 그런 상황에 빠진 상대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괴로워 하는 일이 사치스럽게 생각되요. 더운 날씨에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시원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법당에 이렇게 모여 앉아 있는 일들이 힘들지만, 논이나 공사장에서 일을 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나마도 고마워 지지요. 제가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를 갔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거기는 온도가 46도가 넘어가요. 그늘에 있어도 불바람이 불어와서 숨이 턱턱 막혔지요. 그래서 부처님이 설산으로 출가하지 않을수가 없었겠구나.(일동 웃음) 우리가 몸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을 잘 견뎌보는 힘을 길러야 되요. 불편함을 견디는 일이 수행이고 평상심을 키우는 일입니다. 이것이 내가 나를 이겨내는 일이고 남에게 자기를 베풀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거예요. 우리는 하루 세끼 밥을 먹지만 자기가 먹어야 할 양을 몰라요. 얼마나 먹어야 적당한지 무엇을 먹으면 탈이 나는지를 정확히 몰라요. 멋있는 것을 보면 자기 양보다 많이 먹고 전라도 말로 보대끼지요. ‘나는 내가 먹을 음식의 양을 알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식사 전에 하는 기도예요. 우리가 항상 들어온 인사말이 많이 먹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도 가족들에게 입버릇처럼 많이 먹으라고 하고, 초대를 받아가도 차린 것 없지만 많이 드시라고 하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위장이 팽창되어 있답니다. 우리가 차를 마시는 찻잔이 있지요? 바로 이 찻잔이 내 몸 밖에 나와 있는 위장의 크기예요. 차를 따를 때 찻잔의 7-8부를 따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때요? 8부에서 스톱을 못하고 계속 먹게 되죠. 우리의 식사량이 이렇게 늘어 난 것은 인류학적으로 화식을 하면서부터 랍니다. 생식을 하면 양이 넘어가면 몸이 조절을 해서 받아들이지를 않아요. 오래 씹어야 되고 조절이 잘 되요. 그런데 화식을 하면서부터 갖은 양념을 넣게 되고 몸은 이미 충분한데, 먹고자 하는 욕망이 계속 음식을 받아들인답니다. 이 욕망으로 인해서 몸이 보대끼고 에너지도 욕망의 에너지로 변한대요. 공양게송에 몸을 보하는 약으로 안다는 구절에 염을 담아서 자기 양을 제대로 알도록 합시다. 법당에 아름다운 색색의 종이 연꽃이 가득 담아져 있습니다. 우리의 입과 손이 가만히 있게 놔두면 딴 짓을 자꾸 하게 되요. 옛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시간을 두려워 대요. 가만히 있으면 무기력하고 침체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뜨개질을 하고, 종이접기를 하고, 바느질, 붓글씨를 했어요. 이런 것들을 하면서 자기를 정화하고 다스리는 시간으로 활용했어요. 지금도 일본에 가면 종이접기를 많이 하는데 어린이들에게는 두뇌 개발도 되고 노인들은 치매 예방이 된대요. 종이로 이런 연꽃을 자꾸 접어보면 좋겠어요. <관무량수경>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인간의 삶을 살아가면서 만 가지 장애를 없애고 천가지 소원을 이루고자 하면 마땅히 한가지 행에 집중해야 해야 할지니라. 그 한가지 행, 이것을 염불일행이라 한다.’ 우리가 잠깐씩 모여서 염불을 하는 것은 쉽지만 일상 속에서 염불일행으로 집중하기란 쉽지 않아요. 거기에서 빛을 보고 믿음의 통로가 생기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예요. 예전 기도법에 7일7야로 서서 잠도 자지 않고 염불을 합니다. 보보, 성성, 염염에 일행염불을 그치지 않으면 눈앞에 바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고 해요. 학술원 회원이었고 동국대학교 총장도 지냈던 서동각 박사가 일본에서 유학을 했어요. 그때 정토진종사찰에서 별시수행이라 해서 3일간 집중 염불을 하다가 아미타불을 친견하게 됩니다. 그것을 계기로 평생 동안 믿음과 신앙에 흔들림이 없는 일생을 살았어요. 화엄경의 원리가 바로 이것이죠. 일체유심조. 마음의 바다에서 그 마음의 그림자로 모든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본래 마음의 바다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아미타불이예요. 천수관음과 아미타불은 한 몸이래요. 아미타불을 둘로 나누면 관세음 보살과 대세지 보살님이 되요. 관세음 보살님을 다른 말로 ‘시무애자’ 라고 합니다.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고 폭력을 행사하는 마음의 배후에는 욕망과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지와 중생의 삶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두려움을 없애주는 길인데, 관세음 보살님이 이 두려움을 없애준대요. 두려움이 사라진 사람은 비폭력으로 일어설 수 있답니다. 한 사람이 비폭력으로 일어설 때 그 주변에 모든 사람의 적개심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천수관음의 화신을 티벳 사람들은 달라이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본성에 비친 지혜와 자비와 공덕의 힘으로 많은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하지요. 이번에 금강산 신계사에서 “통플스테이”가 열립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는 템플스테이라는 말인데요, 정부, 민간 여러 분야에서 남북간 교류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요. 더운데 여름에 좋은 피서지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좋은 책을 보면 더위도 사라지고 지혜와 안목이 생겨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 ‘리영희’씨가 지은 <대화>라는 책인데요, 지식인의 회고와 생각을 통해서 한국 민족의 근대사를 한쪽에 치우친 부분적인 역사가 아닌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바라 볼 수가 있지요. 이 책에 나와 있는 일화중에서 군대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해 드립니다. 빨치산 토벌대를 하다가 중대장이 진주 기생들을 불러서 회식을 해 줍니다. 젊은 기생은 없고 다들 나이가 들었더랍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중간에 둘러보니까 자기 옆에 앉았던 기생이 사라져 버렸어요. 화가 너무 나서 권총을 차고 기생집을 물어 찾아 갑니다. 남강가에 초가집에 집이 한 채 있더랍니다. 문밖에서 기생을 소리쳐 부르니까 문을 열고 그 기생이 나옵니다. 밤에 초가집 아래 혼자 달빛을 받고 서서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데 상황이 반전되어서 오히려 두려움이 생겨나게 되요. 그래서 공포를 한방 허공에 쏘았답니다. 그러자 진주 기생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총으로 겁을 줘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선생님은 나중에 큰 사람이 되겠지만 사람을 그렇게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진주 기생은 강요당해서 아무데나 따라가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영희 선생은 기생의 당당한 기세에 눌리고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껴서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하였답니다. 그것이 인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한 첫 번째 깨달음이었답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원도 금봉사에 미군 폭격으로 잿더미가 되었을 때 미군 장교 한사람과 거기를 찾아 갑니다. 그때 인기척이 나고 한 40대의 스님이 나와서 전혀 흔들림이 없이 타이르듯이 이야기 합니다. “종교를 부정하는 인민군 부대가 왔다 갔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양식도 훼손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군들이 절에 와서는 함부로 뒤지고 뺏고 다 가져가서 스님들이 먹을거리가 떨어져서 다 떠나 버렸다.” 군인 두 사람이 권총을 들이대고 있는데도 아무 흔들림 없이 이야기 하는 그 스님에게서 절제된 덕, 부처님의 제자다운 기상을 느끼게 되지요. 해방 이후 일본인이 물러 간 자리에 미국사람이 들어오지요. 일본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경찰이 그대로 경찰을 하고, 군인도 마찬가지라서 민족의 군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지 못했어요. 군대의 모순과 반민족적인 모습을 그대로 회고해 주고 있습니다. 이영희씨는 본인의 신념을 이렇게 써 놓았어요.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 이념에 따라 난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이것을 언행일치로 일생을 살아오신 분이 리영희씨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북한에 대해서 다른 인식을 하게 되고, 이런 인식으로 통일에 한발짝씩 더 다가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