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와 행인.ᆢ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 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 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줄 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대승 보살의 정신을 연인에 빗대어 잘 표현한 아름다운 시 입니다.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을 다시 한번 꺼내어 읽어 보면 어떨까요.감흥이 예전하곤 많이 다를 것입니다.

읽어 보고 소리 내어 낭송하고 자식들에게도 읽어 주고 노트에 써보고 하면서 한 두편은 외울 수 있으면 더욱 좋겠네요.

여름이 끝나기 전에 가을의 씨앗이 자라나는 입추군요 삶이 끝나고 죽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 죽음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음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