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방 경찰청 불자 가족의 대원사 산사체험
벌레소리 가득한 대원사의 저녁. 멀리 법당에서 예불을 모시는 소리가 들린다. 전남 지방 경찰청의 불자가족 30여명이 대원사 산사체험을 왔단다. 예불을 모시고 현장스님은 “경찰이란 경쟁과 속도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한 직업이다. 대원사에서 산사체험을 하는 시간만큼은 여유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하신다. 만트라를 같이 해 보고 그 의미를 알아가는 시간이 흘러 깊은 밤이 된다. 아이들은 한 둘 엄마 무릎을 베고 잠이 들고 스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몇몇 참여자의 눈은 더욱 초롱해진다. 엄마를 따라 온 한 여학생은 “산사의 밤이 이렇데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대원사는 조명까지 밝혀 놓으니 극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 소감을 이야기 한다.
새벽 4시 도량석이 경내를 가득 채우니 하나 둘씩 법당에 모여든다. 불자들이라 그런지 새벽 108배도 모두들 거뜬하다. “108배는 내가 나에게 베풀 수 있는 선물입니다. 자고로 건강의 비결은 상허하실(上虛下實)에 있는데 108배는 하체를 튼튼하게 해 주지요.” 108배에 대한 스님의 설명이다.
마당에 모여 선체조를 마치고 아침 공양시간. “잠자리는 하루에 50마리의 모기를 잡아 먹습니다. 이렇듯 한 생명이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수한 생명의 희생을 요구하지요. 공양이란 공급 자양의 줄임말인데 공급은 다른 생명의 희생을 자양은 내 생명을 키우는 것을 뜻합니다. 일본에 당신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는 인사가 있습니다. 나를 키우기 위해 희생된 다른 생명을 생각하면서 공양을 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엄숙을 요구하지 않아도 스님의 말씀에 저절로 경건해진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경내를 둘러 본다.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 마애 삼존불에 대한 설명, 입관 체험을 위한 관이 놓여 있는 수관정 앞에서 이어지는 질문, 그리고 반가사유상에 이르렀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반가 사유상은 많이 다릅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뭔가 고뇌에 가득찬 표정이죠? 왜 그럴까요? 이 사람은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비밀번호란 우리안에 존재하는 지극한 행복(법락)으로 들어 가는데 필요한 열쇠를 말합니다. 반대로 반가사유상은 그 비밀번호를 알아낸 사람의 미소를 보여 줍니다. 서양의 조각은 남성적인것과 여성적인 것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 반가사유상은 소년으로 보면 소년, 소녀로 보면 소녀인 이중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하나로 결합되어 완전한 인격체를 완성했기 때문이지요.” 반가사유상 앞에서 스님의 법문은 끝이 없다. 듣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뿐.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 대원사의 빨간모자 동자승, 태아령에 관한 질문이 이어진다. 인사계에 근무한다는 한 처사님은 “태아령과 부모의 인연, 왜 꼭 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질문을 드린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러 차원의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예문한 분은 한번 실수를 하고도 가책을 느끼고 여러번 죄를 짓고도 태연한 이들이 있으며, 자신의 의지로 찾아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작용 때문에 천도를 부탁하는 이들도 있어요. 병원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많은 병들 중에는 태아령의 작용인 경우가 상당합니다. 사찰을 찾아서 천도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 형편으로 못할 때에는 진심으로르 참회의 마음을 가지고 날마다 108배와 사경을 해 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향은 태아령이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빌어주세요.” 스님의 답변이다.
또 다른 처사님은 “경찰이란 상당히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입니다. 새벽에 참선을 해보니 상당히 긴장이 이완되는 것을 느꼈는데. 참선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질문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명상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명상이나 참선은 움직이는 마음을 정지시키는 기술입니다. 일상속에서 5분씩이라도 호흡을 관하면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연습을 해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고 들려 주고 싶은 법문도 끝이 없으나 정해진 시간이란게 있어서 돌아가야 할 대중들은 연꽃이 흐드러진 마당 가운데서 기념 사진을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