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왕.케촉의 선율을 듣고 3번째로 선정에 들어보았습니다. - 첫번째는 김범수(범해 화백) 교수님의 고쟁(중국악기)연주를 듣는 순간 삼사라의 모든 고통이 순간속에 해체되어 흩어져 버리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두번째는 인도 음악가 \'밀린드 다테\'의 반수리 연주를 듣고 저의 몸통속으로 대나무 관이 뚫고 들어와서 그의 연주 소리를 훑고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아, 이런것이 바로 명상음악 이라고 하는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나왕\'은 \'power of speech (변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나왕 케촉은 1955년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는 11년동안 승려 생활을 하셨고 지금은 미국에서 10대 명상음악가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음악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대원사에서 그분을 처음 뵈었습니다. 현장스님께 지극정성으로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난 번 공연때 괜한 선입관으로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고, 또 혼자 스스로 반성을 했습니다. 절 하는 모습에서 그의 전 인격이 보여졌으니까요. 마치 부처님께 하듯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새삼 이렇게 바쁜 어린이날 이곳까지 오기를 잘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저런 인격의 사람이 연주하는 거라면 그 연주에는 魂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가 공연하는 날, 비가 내려서 티벳박물관 지하에서 공연을 했지요. 사람들은 그가 오랜 세월을 히말라야 동굴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그의 대나무에 숨결을 넣어 영혼을 치유한다고 합니다. 그의 음악은 우주의 마음을 담은 고요,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 자비, 사랑, 용서, 지혜, 자유, 즐거움, 행복 그리고 내적인 신성함 ...이라고 합니다. 아뭏든 그 흔한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 악기로 변신한 기구속에서 혼을 맑혀주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해탈이 이런게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아~주 맑은 그러나 전혀 불필요한 잡음이 섞여들지 않은 그의 세련되고 고도로 익혀진 기교의 연주속에서 아주 나즈막한 울림의 소리까지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道였습니다. 플룻은 서양의 목관악기에서 변형된 금관악기로 알고 있고, 그저 단순한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악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배경으로 깔린 현대의 신디사이저 멜로디와 비벼져서 만들어낸 나왕.케촉만의 \'플룻\'연주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어버렸습니다. 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기, 혹은 도구들이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의 손(기교)과 입(도구)을 통해서 예술가의 마음(心), 혼(魂)을 저렇게 실어나를 수도 있구나!\" 하는 창조의 순간을 잠시 (그러나 영원속에 담아두고 싶은 시간) 훔쳐보는 것 같아 좀 쑥스럽기 조차했습니다. - 그의 혼은 천재의 그것 이었습니다.- 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구나 비내리는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모든 순간의 소리에 몰입 (삼매)하여 음악을 얼어붙은 공간속에 드라이 아이스 처럼 얼려버린 그 순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