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문양과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는 인도박물관.

건물이 독특하다. 창문들이 모두 인도의 형식으로 치장이 돼 있는데 문양들이 화려하다. 인도에서 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은 신이 드나드는 통로다. 사람 안에도 신이 있고, 문의 아름다운 치장은 집으로 들어오는 신에 대한 일종의 경배다. 무등산 가는 길 한 켠 인도박물관이 있다. 한국 속의 인도다. 인도의 문화가 세밀하게 전시돼 있는데 눈과 마음으로 인도와 말을 주고받는 공간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외형이나 전시된 자료가 아니다. 인도박물관이 그곳에 있어야만 하는 마음씀이다. ‘인도박물관’에서 인도는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라 아시아의 작은 상징이다.

인도박물관을 운영하는 곳은 아시아문화교류재단(이하 교류재단)이다. 대원사 현장스님을 중심으로 한 순수 민간교류단체로 아시아의 깊이를 서로에게 잇대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원사에는 티벳박물관이 있다.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땅이 인도다. 이제 교류의 첫 발, 이왕이면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인도박물관을 만들었다. 교류재단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영토는 아시아 전체다.

아시아의 작은 상징, 인도

지금 광주에서는 아시아 사람들의 문화를 서로 잇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이다. 교류재단은 아시아 문화를 민간차원에서 결집해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그 구체적인 시작이 인도박물관이다.

2006년에 생겼으니 이제 2년이 됐다. 그 시간 동안 인도박물관이 해온 일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한국도 이제 타 민족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가정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국경을 넘어와 노동을 하거나 대학을 다니는 교환학생들도 많다. 지금 결혼하는 남성의 10명 중 1명은 외국여성과 결혼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차별의 시선이 적지 않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인식체계가 얇기 때문이다. 인도박물관은 존재 이유는 아마도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내며 조선의 한 문장가를 빌려 언급한 문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아시아의 문화도 그렇다. 멀지만 지구라는 틀에서 보면 가장 가까운 나라들의 결합이 아시아다.

모여 만드는 생산의 문화

엄밀히 말해 인도박물관은 전시물들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아시아 이웃들과의 활발한 문화나눔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 된다. 모두 함께 모여 아시아 문화를 배우는 공간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인도박물관에 광주·전남 지역의 아시아 이주여성들과 가족들이 모였다. 가족들끼리 장기자랑도 하고 각 나라의 음식을 나누는 흥겨운 자리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누구가 아닌 아시아라는 한 틀의 정체성 갖기, 그 것이 인도박물관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자리다.교류재단의 활동을 보면 선명해진다.

지난해에는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아시아문화예술 인큐베이팅 사업 주관단체로 참여했다. 1월에는 인도 샨티니케탄·꼴까타를 중심으로 사물놀이·다회 등 문화나눔사업을 펼쳤다. 5월에는 인도 타고르예술단 등 20여 명의 예술가들을 초청해 아시아문화예술축제를 열었다.

아시아문화예술축제, 아시아 요리축제, 다문화 학술토론회 등을 통해 아시아를 이해하는 창구가 된다.교류재단 양행선 씨는 “아시아 문화의 정신은 인간의 본성을 지키는 것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인도박물관은 다양한 문화행사와 교류 프로그램들을 통해 광주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문화공동체를 꿈꾼다. 교류는 생산의 문화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