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희기자의 인도문화 탐방>〈5〉빅토리아 기념관·完
영국통치시대 유물…흰 대리석 건물 웅장

어느새 캘커타에서의 일정은 이틀 남았다.
인도 동부에서 가장 큰 서(西)벵골주(州)의 주도(州都)로 2000년에 전통명칭인 콜카타(Kolkata)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세계적으로 여전히 캘커타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이곳은 영화 `시티 오브 조이'(City of joy)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수로가 깊고 넓기 때문에 외양선의 출입이 가능해, 뭄바이에 이어 인도 제2의 무역항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도가 영국 동(東)인도회사에 의해서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줄곧 수도였으며 영국 본국의 직할식민지가 된 이후에도 뉴델리를 건설할 때(1912)까지 수도로 위상을 확고하게 다지고 있었다.
서구 도시와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뭄바이나 신구(新舊)의 두 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델리에 반해 캘커타는 인도와 서구의 양(兩) 요소가 혼재한 독특한 도시문화를 갖고 있어 인도여행시 반드시 들르는 필수코스이다. 특히 주정청(州政廳)이나 빅토리아기념관 등의 건축물은 물론이고 이슬람화된 거주지구 등이 뒤섞여 있어 더욱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시내는 선박수리·고무·정미·제지·잡화·인쇄 등의 공장이 많은데다 후글리강 대안의 하우라를 비롯해 강 연안에 도시가 형성돼 있는 특징도 또 다른 볼거리다. 이처럼 공업지대의 중심지로도 그 위상을 더해가고 있다.
이 공업지대는 원래 황마공업을 주체로 한 면직·견직 등의 섬유공업 지대였으나, 주(州) 서부의 지하자원 개발의 진전에 따라 금속기계공업까지의 발달을 꾀할 수 있었다.
캘커타는 인도 대표적 공업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하층민의 수가 너무 많아 도시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으며 최근 방글라데시의 난민까지 유입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력사정 등이 좋지 않아 도심은 비교적 어두운 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렵게 야간 열차에 탑승해 인도와 서구의 문화가 공존해 있는 `빅토리아 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번이 두번째 야간 열차를 타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어두운 기차 안에서 움직임없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꼼짝하지 않고 있어야 했다.
더욱이 한평도 안 되는 기차 칸막이에 누워있어야 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고역이었다. 열차 안에서 그동안 내가 지나온 길을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며, 간혹 웅웅하는 소리가 들려 저승으로 가는 기차를 탄 느낌이 들었다.
호텔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동서양의 아르다움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빅토리아 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르네상스 양식에 이슬람 양식을 가미해 타지마할을 본떠 지어져 캘커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흰 대리석 건물로 유명하다.
그런 탓일까. 이 장엄한 건물을 보고 있자 하니 혼자보기엔 너무 아까워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이 건물을 설계한 영국인은 중세 유럽풍의 건축 양식으로 내부에는 박물관과 화랑이 들어서 있고 박물관과 연관된 사람들 및 공사 당시의 광경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볼거리를 더욱 풍족하게 해줬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오늘날 캘커타 사람들의 자부심인 타고르, 스리 라마크리슈나 선생을 비롯한 빅토리아 왕조시대의 회화와 문서 등 3천여점의 사진들이 25개실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영국의 인도 통치역사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빅토리아 기념관'에서 여유를 한껏 만끽하고 있는 모습을 접하면서 뼈아픈 과거를 초탈해 묵묵히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아름답게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