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순수한 백련 꽃봉오리 속에는 금방이라도 내뿜을 것 같은 순백의 희망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 | | ⓒ2005 서종규 | | 혹 넓은 연꽃 방죽의 둑을 걸으면서 마음 한 구석에 늘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이 있지 않았습니까? 전남 무안에 있는 그 넓은 연꽃 방죽 가운데 있는 나무다리까지 건너서 연꽃들을 바라보아도 마음 한 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지 않았습니까?
전주 덕진공원에 있다는 연꽃방죽이나 연꽃이 가득한 광주시 운천저수지를 빙 둘러보신 분들도 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산사의 법당 앞마당에 하얗게 핀 연꽃들이 가득합니다. 앞마당뿐만 아니라 경내가 온통 연꽃 천지입니다. 산사 전체로 7개의 연못과 365개의 항아리를 땅에 묻어서 물을 채워 만든 작은 연꽃 화분에 백련, 홍련, 황련 등 100여종의 연꽃이 피어 있고,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108종의 수련이 있고, 50여종의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 | | ▲ 백련은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우리 마음에 순수함을 듬뿍 불어 넣어줍니다. | | | ⓒ2005 서종규 | | 땅에 묻은 항아리마다 가득가득 심은 연꽃 사이사이를 거닐면서 연향도 맡아보고, 연잎도 만져보고, 연 열매도 세어보면서 연꽃의 향연에 푹 빠질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하겠습니까? 구슬처럼 궁글궁글 굴러다니는 이슬방울의 오색 찬란한 빛을 시기하여 출렁출렁 출렁거림으로 훼방하는 연잎의 질투가 참 애교스럽지 않습니까?
방죽에 빠질까봐 차마 멀리서 바라보았던 연꽃들이 아니었습니까? 그 넓은 연잎이라도 한 번 만져보고 싶은데, 굴러다니는 이슬방울을 주워 간직하고 싶은데, 깊은 연못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까봐 안타깝게 발만 굴렀던 연꽃 방죽의 추억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게 항아리 화분에 심은 연꽃이라니요?
 | | | ▲ 대원사 대웅전 앞마당 항아리 화분에 핀 연꽃들 | | | ⓒ2005 서종규 | | 지난 8월 6일(토) 오후 4시에 전남 보성군에 있는 대원사를 방문했습니다. 백제 무녕왕 3년(서기503년)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대원사는 호남지방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사찰입니다. 봄에는 차가 다니는 길에서 산사까지 5.5km의 벚꽃길이 황홀 지경으로 형성되며 가을에는 천봉산 자락의 단풍이 절에까지 가득합니다.
더구나 대원사에는 히말라야의 불교 왕국 티베트가 이룩한 정신 문화와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불교와 영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티베트 박물관이 있습니다.
 | | | ▲ '떠도는 어린 넋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하늘호수의 모습 | | | ⓒ2005 서종규 | | 또 지역에서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고 있는 "수자음악회"라는 이름의 "떠도는 어린 넋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는 매월 둘째 주말에 열리는데, 그 무대도 '하늘호수'라는 연못 위에 있어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답니다.
대원사 주차장 옆 티베트 박물관 앞에 있는 연못부터 일곱 개의 연못과 365개의 항아리 화분에 백련을 비롯한 각종 연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연꽃 중에서도 백련은 바라보는 자체만으로도 우리 마음에 순수함을 듬뿍 불어 넣어줍니다. 참으로 순수하게 보이는 백련 꽃봉오리 속에는 금방이라도 내뿜을 것 같은 순백의 희망이 가득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 | | ▲ 담장에 핀 주황빛 능소화 | | | ⓒ2005 서종규 | | 대원사 입구 '우리는 한 꽃'이라 이름 붙은 문에 이어진 담장에는 주황빛 능소화가 만발한 가지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꽃 천국인 사찰에는 연꽃만 가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능소화 가득 핀 담장 너머 종루 앞에는 배롱나무가 가득하고, 부도를 세워놓은 주변에는 가을을 맞이하는 쑥부쟁이의 합창이 가득하였습니다.
 | | | ▲ 대원사 종루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연꽃과 배롱나무꽃 | | | ⓒ2005 서종규 | | 능소화 담장 위에'대원사 야단법석'이라는 널따란 돌 평상이 놓여 있습니다.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진 '야단법석'에서 '야단'이란 '야외에 세운 단'이란 뜻이고, '법석'은 '불법을 펴는 자리'라는 뜻으로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 | | ▲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뜻의 야단법석 | | | ⓒ2005 서종규 | | 아마도 이 '야단법석'은 사람들이 앉아 수다를 떨라고 만들어 놓은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야외에서 설법하는 공간인가 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야단법석'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차라리 수다를 떨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서 다 이야기해 버리고 순수한 백련을 감상할 때에는 마음에 새기라는 묵계인지 모르겠습니다.
연못들과 항아리 화분에는 많은 연꽃들과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수련이 아름답게 수면에 누워 있고, 각종 수변 식물들이 가득하였습니다. 이름으로만 알았던 가시연 순채, 어리연, 노랑어리연 등의 연 식물들과 수심에서 자라는 노랑꽃창포, 자주꽃창포, 애기부들,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배추, 불수세미, 물질경이, 물달개비, 자라풀, 매화마름, 삼백초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있습니다.
 | | | ▲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부레옥잠 꽃 | | | ⓒ2005 서종규 | | 연못뿐만 아니라 항아리들을 땅에 묻어 물웅덩이를 만들고 그곳에 연꽃을 심은 아이디어와 그 연꽃들을 기르는 노력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하여 대웅전 앞마당에서부터 산사 전체에 연꽃들이 만발하여 있고 사람들은 연꽃 항아리 주위를 돌면서 그 순백의 연꽃을 하나하나 몸으로 느끼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연꽃과 수련은 그릇에 따라 자기의 잎과 꽃을 맞추어 키운다고 합니다. 그릇이 작으면 작게 피고 큰그릇에 옮겨주면 잎과 꽃도 크게 자라다가 큰 방죽에 넣어주면 방죽을 가득 채워버린다고 합니다. 연꽃은 더러운 물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연못을 정화시킨다고 합니다.
 | | | ▲ 홍련도 다른 종류들이 많아요. | | | ⓒ2005 서종규 | | 순백의 색상이며 연꽃의 아름다움이며, 연꽃의 향기이며, 연 잎의 여유로움이며, 가꾸고 기른 손길의 부드러움까지 다 느낄 수 있는 연꽃 축제였습니다. 지난 수 년 동안 연꽃 방죽의 둑을 거닐 때마다 멀리 피어 있는 연꽃을 가까이 느껴보고 싶었던 충동을 이제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화분처럼 항아리에 물을 담아 연꽃을 심고 연꽃을 키웠던 대원사의 주지 현장 스님을 비롯한 모든 손길에서 그 순백의 향기를 느낍니다.
 | | | ▲ 백련이 사람으로 변했네요. | | | ⓒ2005 서종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