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 대원사에 핀 연꽃

ⓒ2004 이돈삼

진흙탕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연꽃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종자부실(種子不失)과 처염상정(處染常淨), 화과동시(花果同時)가 그것.

'종자부실'은 연꽃의 씨앗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씨앗이 500년, 10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있다가 조건만 맞으면 다시 싹이 튼다고 한다. ‘처염상정’은 더러운 물에서 피지만 결코 그것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화과동시’는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힌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또 연꽃과 수련은 그릇에 따라 잎과 꽃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릇이 작으면 작게 피고 큰 그릇에 옮겨주면 크게 자란다는 것. 방죽에 넣어주면 방죽을 가득 채워 버린다고 한다. 연꽃은 또 저녁에 오므라들었다가 아침에 다시 피어나기 때문에 부활과 영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연은 유용한 자원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중요한 식량이면서 약초로 활용됐다. 연뿌리는 자양강장제와 식용으로, 연잎은 칼국수와 연밥 재료로 쓰였다. 연잎을 찧어서 바르면 지혈, 해독작용을, 연뿌리는 폐결핵과 각혈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인들은 연잎에다 찹쌀을 켜켜로 넣어서 연엽주(蓮葉酒)를, 갓 피어난 연꽃 속에 찻잎을 넣어 냉동보관 했다가 연차(蓮茶)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 대원사 대웅전 앞 전경. 종교를 초월해 수녀님도 보인다.

ⓒ2004 이돈삼

이처럼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연은 불가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꽃이 물의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양분으로 삼고 산소를 내뿜어 물을 정화하듯이,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염된 세상을 맑게 만들어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워서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일이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을 연꽃은 직접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면서도 그걸로 그치지 않고 우리들에게 지혜와 자비를 가르쳐주고 있는 연꽃. 극락의 향기를 전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이들 연꽃의 향은 세파에 찌든 몸과 마음을 금세 정화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극락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금세 선경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도록 만든다.

올 여름, 여행지로 향하는 발길을 남도땅 보성에 있는 대원사로 돌려 보자. 이곳은 그냥 절이 아니다. 뙤약볕 속에서도 연꽃과 수생식물들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지혜와 자비의 공간이다.

▲ 보성 대원사 전경

ⓒ2004 이돈삼

▲ 대원사 대웅전 앞에 줄지어 선 연꽃 화분들

ⓒ2004 이돈삼

10년 전부터 7개의 연못을 만들어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수련과 연꽃을 심어놓은 대원사는 연꽃생태공원이 됐다. 백련, 홍련, 황련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은 연꽃과 수련의 종류만도 108종이나 된다. 다른 수생식물도 50종이나 돼 자연학습장이 따로 없다.

7개의 연못도 우리 몸을 상징하고 있다. 백제고찰 연화불국의 현판이 걸린 금종루와 황금범종이 물에 비치는 야경이 아주 환상적인 구품연지(九品蓮池)를 비롯 대원연지(大原蓮池), 수미연지(須彌蓮池), 관음연지(觀音蓮池), 해인영지(海印影池), 불안불지(佛眼佛池), 천봉영지(天鳳影池) 등이 그것. 연못마다에는 각양각색의 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붉은 꽃잎이 정갈한 수련과 샛노란 물양귀비의 자태는 요염할 정도다. 멸종 위기에 있는 보랏빛 가시연꽃과 앙증맞은 노란 개연, 애기 수련, 물옥잠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생식물이 부지기수. 연꽃의 청정함과 향기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짐을 놓아버리게 된다.

▲ 대원사 입구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는 연못

ⓒ2004 이돈삼

▲ 연꽃축제 기간 대원사에 가면 순천 김동원씨가 직접 만든 연잎차도 마셔볼 수 있다.

ⓒ2004 이돈삼

대원사 주지 현장스님은 “대원사 입구 폐경지를 이용해 대규모 백련지를 조성하고 그 다음엔 백련종자를 보급해 보성군 문덕면 일대 농경지를 연방죽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곳에 대규모 연꽃단지가 조성되면 농가소득 증대와 주암호 수질정화, 청소년들의 자연학습장 역할은 물론, 보성녹차와 백련의 만남을 통한 지역문화축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 주암호 변에 자리하고 있는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 3년(503년)에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이다. 태안 지장보살을 모시고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특화돼 있다. ‘태아령’이란 낙태아를 일컫는다.

경내에는 봉황이 종각 위에 내려앉은 황금 범종,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태안지장보살상, 대형 목탁과 염주 등 색다른 볼거리가 많다. 티벳박물관도 있다.

호남고속도로 주암(송광사) 나들목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주암호를 끼고 송광사와 고인돌공원, 서재필기념공원을 지나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으뜸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 또한 무성한 벚나무들이 잎의 장막을 이루고 있다.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찾아가다 보면 어느 새 계절을 잊어버리고 만다. 대원사 종무소 ☎ 061-852-1755

▲ 보성 대원사 경내에 활짝 피어있는 야생화

ⓒ2004 이돈삼

▲ 보성 대원사 들어가는 길

ⓒ2004 이돈삼





대원사와 광주불교신문은 대원사 연꽃축제를 기념해 제1회 108연꽃 전국사진공모전을 연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연꽃과 어우러진 불교적 소재를 대상으로 한 이 공모전의 출품규격은 11×14. 디지털 사진도 받는다. 대원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찍은 연꽃사진도 출품할 수 있다. 접수는 9월 18일까지.

시상은 대상 1점에 상금100만원을 비롯 최우수상 2점에 각 50만원, 우수상 5점에 각 20만원, 입선 40점에 각 5만원과 연꽃상 60점 등 모두 108점을 선정해서 한다.
문의 - 광주불교신문사 ☎ 062-232-0230

이돈삼(ds2032)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