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의 날에 



                     風影 林日煥


2월에도 외롭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노기 거둔 겨울이 그림자를 늘이며 물러날 때    
잿빛 하늘에서 이별의 눈물처럼 비가 내리더니
대숲 눕히는 매운바람 몇 번 고샅을 훑고 지난 후
채 어둠이 내리기 전에 눈이 되어 흩날리고
빈 거리 지나온 바람만 닫힌 창을 두드린다.

기실 떠났으면서도 여운처럼 남겨진 잔해들이 
여미지 못한 공간으로 밀집한 어둠처럼 채워지고  
한겨울 추위보다 독한 스산함에 불을 켤 수 없어
탈진한 오늘은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진득한 인내에 지친 홍매화가 어설픈 그리움을 토해도 
설렘으로 그려볼 아련한 기억이 사윈 들녘은 너무 넓고    
여린 꽃이 한순간에 시들어도 안타까움 느낄 수 없는 날
떠나갈 뿐 돌아오는 사람 보이지 않는 질척한 길 위로
더 날을 수 없는 눈은 스러진 꽃의 눈물이 되어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