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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지우기

임일환

        발자국 지우기 風影 林日煥 태초 세상에는 길이 없었으리. 그저 산과 바다와 초원이며 강이었다가 발길이 잦은 곳에 길이 생겨나고 무지개를 좇는 발길의 간절함으로 강을 건너고 산을 넘는 길이 트이고 초원 지나 바다로 난 길과 이어졌겠지. 낯선 당신의 숲에 발자국을 남기던 날 새침했던 그대가 가슴으로 걸어들어와 질서없이 자란 푸나무를 함께 베어내 마른 바람 들던 곳에 텃밭 하나 만들어 꿈이 우리였던 곳으로 놓여 있던 길과 우리의 꿈으로 난 길이 다시 이어지고 생겨나면 결코 지울 수 없는 붉은 길 눈 돌리면 사라지는 좁은 연초록 길 넓은 길도 더러 홍수에 휩쓸려 끊기고 산사태에 묻혀 천만년 깊은 잠이 든 길 눈을 감아야 나타나는 아스라한 길과 스러지도록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길 길을 걷다 길 위에서 희망을 줍고 거친 길 지나다 움푹한 곳에 눈물도 쏟고 걸을수록 자꾸 생겨난 길에 멀미가 일어 길가에 주저앉아 하늘을 우러르면 길 아닌 곳에 길을 내 혼자 걸으라네. 발자국을 지우면 길은 길이 아니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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