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백일기도를 시작하여 정월대보름 회향을 앞두고 있네요.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지요. 이 깨달음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마음의 본성이 번뇌를 벗어나면 부처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선의 깨달음\'이고, 두 번째 깨달음은 내 마음이 번뇌에 가득 쌓이고 끝없는 업에 매여서 문제만 야기시키고 죄업을 벗어날 수 없는 나약한 중생이라는 깨달음, \'정토의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두 번째의 깨달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가진 사람들이 따르는 부처님이 아미타불입니다. 아미타불께서는 까마득한 과거에 이러한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의 근성을 헤아리고 괴로움이 없고 질병이 없고 상처를 주고 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고자 원을 합니다. 부처님의 신통으로 많은 부처님의 세계를 보고 이상 세계의 국토를 만들고자 하고 그 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10번만 부르고 가르침을 믿으면 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했어요. 그 가르침의 씨앗으로 미타재일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이 된 것이지요. 아미타불을 부르는 것은 내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과거 부처님이 뿌려 놓은 씨앗이 싹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타재일은 악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구제하고 이끌어 주기 위해서 아미타불께 잘못 살아온 업을 끝없는 참회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발원을 하는 날인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경조사는 문화적으로 역할이 분담이 되어 있어요. 경사는 신사에서 담당하고 조사는 불교에서 담당을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거나 결혼을 하면 신사로 가서 신고를 합니다. 누가 임종을 앞두고 있거나 아프면 사찰에 가서 불교적인 방법으로 스님께 의탁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영가를 위해 삭발을 시켜주고 계를 주고 법명을 지어줍니다. 이렇게 하면 아미타불의 정토에 태어난다고 믿어요.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성불\" 했다고 말을 합니다. 아미타불의 가피로 살아서 이루지 못한 불도를 죽어서 완성시키는 것이지요. 첫 번째 깨달음에서 이루는 것은 \"견성성불\"이라고 하고 두 번째 깨달음의 성불을 “왕성성불” 이라고 합니다. 견성이란 자기 마음의 실체를 똑바로 본다는 거예요. 자기 마음의 실체는 무상성과 무아성을 본다는 것이거든요. 자기가 사라져서 모든 것 속에서 자기를 보는 지혜를 말합니다. 자기로 가득 차 있을 때는 대립되는 남이 존재하게 되고 우리는 끝없는 갈등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땅을 믿고 집을 지으며 거기에 투자를 하고 살지만 일본은 땅을 믿을 수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 있어요. 언제 지진이 나고 해일이 일어나서 재산과 가족을 송두리째 잃어버릴지 몰라요. 그래서 일본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천연의 무상감(아니쨔)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요. 일본의 나라꽃이 벚꽃이잖아요. 어느 날 화사하게 아름답게 피었다가 순간에 꽃잎을 날리며 져버리지요. 대부분은 벚꽃 잎이 날리며 지면 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밤새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도 무상이거든요. 건강하던 사람이 아픈 것도 무상하지만 아팠던 사람이 다시 건강해지는 것도 무상 이예요. 일본인이 땅을 믿지 못하게 되니까 인간관계를 신뢰하고 제일의 가치를 두게 됩니다. 한 사람을 사귀게 되고 친구가 되면 상대방에 대해서 아홉 가지가 나쁘더라도 한 가지 좋은 점만을 이야기 합니다. 이런 것이 그들의 생활태도로 굳어져 왔어요. 삼성의 이 병철 회장은 일본 제국 호텔에 머물면서 기업의 향후 운영과 발전에 대한 모델을 구상했다고 해요. 그래서 일본을 보면 현재 우리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답니다. 근대 한국사를 보면 발전의 모델을 서구나 미국 쪽에서 들여오는데 그쪽은 우리와 문화가 달라서 시행착오가 많아요. 일본은 동양적인 문화와 충분한 연구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별로 시행착오가 없어요. 이런 점을 기업에 적용해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삼성입니다. 이 두 번째 깨달음의 정신을 일본에 심어준 분이 신랑성인 이예요. 우리나라 원효대사 처럼 일본 중세에 태어나서 스스로 계를 버리고 결혼을 해서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정토의 가르침을 설파 했어요. 지금 일본 정토진종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을 4개나 가지고 있고 병원 등 복지시설도 있고 이 종단이 가지고 있는 절이 5만개가 넘어요. 도쿄 시내에 가면 제일 큰 정토진종 사찰이 있는데 법당 내부가 500평입니다. 여기에 바로 신랑스승을 모셨어요. 이 법당을 조성할 때 대들보가 너무 무거워 들어 올릴 수가 없어서 더 단단한 밧줄을 만들게 됩니다. 그것이 뭐냐면 여신도의 머리카락을 잘라 엮은 것이예요. 머리카락 밧줄이 아직도 법당에 진열되어 있는데 팔뚝만한 두께로 50미터쯤 되요. 여자에게는 머리카락이 소중한데 얼마나 많은 여신도가 머리카락을 잘랐을지 알 수 있지요. 일본에 기독교가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기독교보다 더 기독교다운 불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교리조차도 더욱 기독교적이고 불교종단에서 모든 사회사업을 펼치고 있지요. 일본인의 의식 저변에는 ‘나는 부처가 아니고 부처의 이름을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가지가지의 번뇌와 욕망에 가득 차 있는 가련한 존재’라는 두 번째의 깨달음이 있어서 부처님께 자신을 완전히 내 던지는 겁니다. 부처님의 구원의 섭리에 자신을 맡기고 믿고 가르침을 전해서 이루어진 종파가 정토진종인 것입니다. 일본의 장례의식에 이 깨달음이 적용되어서 머리를 깎고 계를 받고 하는데 사실은 우리 불교에도 예전에 죽으면 삭발식, 수계식을 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를 못하고 있어요. 몽골 불교에 보면 여자들이 살다가 혼자가 되면 계를 받지 않고도 계를 지키고 스스로 머리를 깎습니다. 알아서 세속적인 생활을 버리고 종교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죠. 대만도 보면 부부간에 잘 살다가 불법에 대한 신심이 나서 같이 출가를 해요. 대승불교에서는 출가, 재가에 얽매이지 않고 법의 가치를 중시했습니다. 스님이나 속인이라는 경계가 없이 법이 수승하면 존경하고 따르게 되지요. 일본 사람들은 거의가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납골당으로 가기 전에 자기 집으로 모셔갑니다. 화장단지 옆에 고인이 쓰던 안경 메모지, 필기구등을 놓아두고 49일간 염불과 독경을 해 드린답니다. 과거 인도에 “마명대사”라는 분이 “대승기신론”이라는 책을 썼어요. 이 기신론에 대한 주석 중에 원효대사의 주석을 가장 훌륭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책 이름이 “해동소” 예요. 원효사상중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 바로 기신론에 대한 원효스님의 해석입니다. 이것을 이기영 박사가 번역을 해서 <원효사상>이라는 책으로 나왔거든요. 그중에 일부를 발췌하고 이 기신론을 저술하게된 목적 8가지를 여러분께 소개 드립니다. <기신론은 우리들 마음의 본질과 작용, 그리고 깨달은 마음과 깨닫지 못한 마음에 대한 체계적 설명을 통해서 깨달음과 무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또 마음이 오염되는 과정과 오염된 마음을 정화 시키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수행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수행이 어느 정도 진전되고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참고 할 수 있는 수행지침서이다. > 첫째. 궁극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사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기쁨을 얻도 록 하기 위함이다. 결코 세속적인 명예나 이익, 존경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둘째. 부처님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가르침을 잘 해석해서 모든 이들이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릇되게 알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셋째. 본래부터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선의 뿌리를 증장시켜 깨달음을 향한 보살수행을 통해서 믿음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넷째. 믿음의 뿌리가 약한 중생으로 하여금 믿음을 닦아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제시함으로서 악행의 장애를 제거하고 선을 행하는 마음을 보 호하고 어리석음과 아만을 멀리하여 삿되고 그릇된 관념의 속성에서 벗어나도록 하 기 위함이다. 여섯째. 마음을 고요하게 머물도록 하는 수행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수행을 닦 아 익히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일반 중생과 또 부처님의 법을 듣거나 스스로 인연법 을 알고 깨달음을 얻었지만 다른 중생들도 함께 깨달음을 얻도록 도움을 주지 않는 선문과 영각등의 잘못을 바로 고쳐주기 위함이다. 일곱째. 염불에 전념함으로서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나서 그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 어 수행함으로서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신심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 다. 여덟째. 수행결과 얻게 될 이익을 보여주고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고자 함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