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담장 아래 곱게 핀 금낭화> 어젯밤에 <새날회> 여러분이 철야 기도를 마치고 오늘 지장재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원사에는 처음오신 분들인데도 신심나게 기도를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께서 탁발을 나갔는데 마을의 한 집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부부싸움을 하고 있더랍니다. 스님은 그 집으로 가서 방문을 열고 “제 잘못이니 제발 싸움을 멈추어 주십시오” 하며 절을 계속 했대요. 싸움을 하던 부부는 당황하여 스님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이 때 스님께서 “부처님은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기 위해서 출가를 했고 출가 수행자가 수행을 잘하면 더불어 중생이 편안할 텐데 두 분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제가 수도 생활을 잘못하여 덕이 부족하여 여러분이 싸움을 하게 되었으니 잘못을 빌고자 합니다” 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 부부가 싸움을 중단하였답니다. 우리 동양의 의사들은 환자가 찾아오면 잘못했다며 먼저 환자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의사의 직분은 병의 원리를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일깨워서 미리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을 해서 건강을 지키게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요. 자기의 직분을 소홀히 해서 환자가 병이 들었음을 참회하는 것이지요. 동양의 한의학은 치유가 아닌 예방 차원의 의학이었습니다. 병이 찾아오면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고 삶의 지혜를 빌어서 치료를 해 왔지요. 요즘은 서양의 의학에서도 동양의 의학적 지혜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체의학>이라고 하는 분야가 바로 그것입니다. 서양의 의학에서 응용하는 동양의 지혜는 “4M”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Mindfulness(알아차림), Meditation(명상), Meta(자비), Memory(기억관리) 입니다. “mindfulness ”란 과거에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의 불안을 떨쳐 버리는 것이지요. 태국의 어느 스님들은 에이즈환자들을 절에 불러서 돌보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병에 대한 부끄러움을 버리고 통증이 일어나면 관찰하면서 어디서 생기고 사라지는지를 관하게 해서 죽음과 고통을 넘어서는 지혜를 열어가는 방식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병에 어떻게 해서 나에게로 왔는가, 몸을 떠나면 다음은 어떻게 되는것인가 등을 잘 일러주어서 두려움을 없애고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meta\"란 인도어로 자비라는 뜻입니다. 인도에서는 자비수행을 메타구아바나 라고 하지요. 내 자신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그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결처럼 번져 나가서 그들을 더불어 기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었던 상처와 타인에게 받았던 상처를 놓아버리고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서 너그러운 마음, 자비로운 마음이 생겨 나도록 합니다. “meditation\"의 어원은 ”medicine\"입니다. 명상은 원래 약이라는 말입니다. 마음이 병들었을때 마음의 번뇌를 치료하는 것을 명상이라고 하지요. 마음에는 수많은 병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5독(五毒) 번뇌”라고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티벳에서 달라이라마의 주치의에게 면회를 갔습니다. 주치의는 오전에만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만나지를 않는답니다. 우리가 오후에 갔지만 진료가 목적이 아니고 면회라고 해서 겨우 만날 수 있었어요. 우리가 그 주치의에게 “사람들의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질문을 드렸어요. 주치의는 ”병의 근본은 5가지가 있습니다. 탐.진.치.마.니.가 그것입니다. 탐욕, 분노, 자만, 질투, 의심이지요.“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다면 번뇌를 소멸시킨 성자들이 병을 얻는 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라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람의 육신 자체가 질병입니다. 육신을 가지고서는 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육신을 가지고 남을 도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몸은 업보신입니다. 업이 남아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지 몸을 받는 것입니다. 좋은 업을 지으면 건강한 몸,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좋지 않은 업을 지으면 반대가 되는 거지요. 몸을 가지고 있는 한 병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지만 병을 받아들이는 인식과 태도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수도 있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명상을 통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탐욕의 마음, 미워하고 질투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원한의 마음, 남을 무시하고 자기를 뽐내는 자만심, 지혜가 없는 어리석음, 질투와 의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지요. \"memory\"란 우리들 안에 있는 기억의 창고를 말합니다. 여러 가지 서럽고 상처받고 괴로운 일들이 많습니다. 그 일들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차곡차곡 쌓아져서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도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게 됩니다. 기억의 창고에 잘 정리를 하고 없앨 것은 없애서 분리수거를 잘해야 합니다. 태울 것은 태우고 버릴 것은 버려야 오늘 맞이하는 새날을 온전히 새롭게 맞이할 수 있는것입니다. 동양의학의 기원을 보면 BC 5000년전 인도의 의서(醫書) <아유르베다>라고 하는 경전에서 시작합니다. 그 책에 보면 병의 가장 근본은 소화불량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대요. 먹은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해서 몸을 해치게 되듯이,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좋지 않은 기억들을 마음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했을 때 정신적인 소화불량에 걸리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안에 누적되면서 장애가 되어 몸 안에서 병을 만들게 된답니다. 그 소화불량을 요즘 말로 하면 ‘스트레스’가 되겠지요? 이 스트레스는 지혜와 자비심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병’을 ‘친구’라고 부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마마’를 ‘손님’이라고 불렀지요? 친구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초대를 했기 때문에 오는 거죠. 병이 어떻게 왔는가를 생활의 습관과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게 된답니다. 병을 고치려는 사람이 많지만 그 원인이 되는 습관을 고치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이러한 병의 원인과 치유의 방식을 깊이 새겨서 오늘 오신 불자님들은 지혜와 자비를 키워서 건강하고 복된 삶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