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2002년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성북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작은 수도원에서 ‘티벳불교의 영성’이란 주제로 피정을 가진 일입니다. 작은 형제회 수도원에서는 창설자인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계승하고 현재 원장신부님의 뜻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스님들을 초청하여 3일간 ‘선禪피정’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3일간의 피정은 새벽 다섯시에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고 이웃의 행복을 기원하는 108배부터 시작했습니다. 피정 프로그램은 오전강의와 좌선, 만트라 명상법, 오후강의와 행선(걷기수행)으로 이뤄졌습니다. 강의 내용은 주로 티벳의 정신문화와 명상법, 그리고 고통과 불행을 깨달음의 지혜로 바꾸는 수행자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피정이 끝나는 20일 오후에는 한잔의 차를 나누며 질문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들이 서로 다른 전통과 묵상방법을 배우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신 원장신부님과 작은형제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일본의 선종과 독일의 베네딕트 수도회가 2년에 한번씩 서로 방문하면서 동서 영성 교류를 이어가듯이 우리 사회도 서로 다른 이웃을 존중하는 태도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교황청 한국 전교기구에서 펴내는 \"땅끝까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