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우리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노쇠를 방지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머리를 쓰지 않으면 우리 뇌가 “아, 주인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한답니다. 일하고 활동해서 모든 근육을 써야 하는데 근육을 쓰지 않으면 우리 몸의 근육이 생각하기를 “주인이 내 근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 이렇게 여기고 모든 기능들을 닫아 버린답니다. 모든 것이 귀찮아서 누워서 쉬는 시간이 많게 되면 우리 몸이 생각하기를 “주인이 영원히 쉬고 싶어 하는구나” 하겠지요. 머리를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노쇠가 늦어지고, 근육을 쓰면 쓸수록 몸이 건강해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의욕이 넘칩니다. 우리가 염주를 돌리는 것, 경을 보는 것, 염불을 하는 것,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일들이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과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복되게 하는 그런 일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음력 2월 8일은 약사재일이고 부처님의 출가재일이에요. 그리고 음력 2월 15일은 열반재일입니다. 그래서 이 한 주일 동안이 불교도들의 경건주간, 정진기간입니다. 지금 다른 절들에서는 1일 출가생활, 1주일간 기도생활, 하루 한 끼 먹기 운동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대만 불자들은 재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국 불자들은 관음재일?지장재일?초하루?보름 등의 재일을 그저 생각만 하고 지낼 때가 많지만, 대만 불자들은 재일을 성실하게 지내요. 재일 하루는 나를 부처님께 바치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그 날은 거의 바깥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약속을 하지 않고 한 달 동안 자기가 소홀이 했던 기도를 하거나, 계율을 하루만이라도 지키고, 또, 못했던 것을 실천하는 그런 날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날은 저녁을 한 끼 굶는다든가, 소홀히 했던 독경이나 예불 참선을 좀 더 집중해서 하는 날로 생각하고 있어요. 옛날 할머니들은 십재일을 지킨 분들이 많아요. 한 달에 열 번의 재일을 다 지키고, 재일 때마다 일종식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재일날은 일종하는 날이 기본이었어요. 일종이란 점심 끼만 먹는 것이지요. 이날만큼은 내가 부처님과 똑같이 살아야겠다는 뜻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것을 서양사람들은 ‘위대한 포기’라고 합니다. 우리들이 부처님한테 가서 비는 걸 보면 부처님이 다 포기한 걸 빌고 있어요. 부처님이 다 버리고 떠난 것을, 그것을 조금만 달라고 빌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세속적인 권력, 왕의 자리, 안락한 가정, 여러 가지 이익과 명예의 자리... 이 모든 것들을 완전히 포기하고 몸의 치장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수행자들이 입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숲속에 들어가서 기름지고 좋은 음식을 다 포기하고, 한 끼 음식을 구걸해 먹으면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져 본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지의 생활로 돌아간 거예요. 대원사에 몇 해 머문 티벳 사람 초펠스님 얘기가, 티벳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줄을 몰랐대요. 그런데 많은 서양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고 외국의 잘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통이 많고 불행하다는 것을 보고는, 자기들은 이제까지 물질적인 풍족한 생활은 없지만 참으로 마음이 번뇌없이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다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을 나의 전생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고 그 모든 어머니들이 행복해 지기를 기도하도록 스승들이 계속 가르쳤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배우고 따랐는데, 그랬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들 마음을 행복하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게쉬라고 하는 티벳 대학자 스님이 대원사를 방문하신 적이 있습니다. 스물여덟 살 때 달라이 라마와 함께 인도로 망명을 해서 마흔여덟 살 때 티벳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인데, 달라이 라마의 부탁으로 티벳 도서관에서 외국인들에게 티벳 불교를 가르치고 있는 분입니다. 대원사 티벳 박물관을 보시려고 일부러 찾아오셨지요. 스님께, 중국이 티벳을 침략해서 다른 형제들이 죽고 절이 다 불타고 종교가 다 파괴되었는데, 그때 중국사람들에 대한 감정과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스님의 부모님도 그때 전부 돌아가셨답니다. 그때 너무나 괴롭고 분노했지만, 깊이 생각해 보니까 부모님을 죽인 중국 군인들은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들인데 내가 그네들을 미워하고 분노할 필요가 있는가, 또 그들은 자기들이 지은 나쁜 업으로 해서 나쁜 과보를 받게 될텐데, 내가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 줘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서 참된 해탈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인과윤회의 끝없는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불자들에게 한 말씀 당부했는데, 불자들이 늘 이타행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하고, 적어도 돕지 못할 때는 피해를 주는 말과 행을 삼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티벳 문화를 좋아하다 보니까 티벳 스님들까지 좋아한답니다. 뉴욕에서 명상을 지도하는 티벳 스님 한 분이 계셨는데 한 미국 여자가 스님의 순수성에 감동을 받아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여러 번 얘기를 했답니다. 그런데 스님이 자기는 공부를 계속 해야 하니까 안 된다고 했는데, 큰 법회를 하고 있을 때 이 여자가 문을 열고 칼을 가지고 들어와, 자기하고 결혼을 안 하면 죽어 버리겠다고 해서 스님과 대중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이때 스님이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사무실로 가서 전화를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한테 전화해서, 지금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고 물었답니다. 달라이 라마가 뭐라고 했겠어요. 사람이 죽으면 안 되니까 빨리 결혼하라고 했대요.(웃음) 그래서 결혼을 했는데, 밤마다 참선을 했는지 설법을 했는지 이 여자가 석 달을 살고는 자기도 비구니가 되겠다고 출가했습니다. 티벳 비구니 아닐라가 되었어요. 그 스님도 다시 출가했는데, 티벳에서는 한번 나갔다고 들어오는 경우가 없는데 특별히 다시 출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티벳 스님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안 합니다. 언제나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는데, 우리는 자기를 지키고 자기를 내세우려는 게 강합니다. 출가란 나를 내세우는 것에서 벗어나서 나 아닌 남을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기 자신을 평범하게 살아가게끔 프로그램화 시켜 놓은 존재들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 있는데, 이런 비유가 나옵니다. 쥐를 실험할 때 쥐에게 전기 스위치를 장치한, 맛있는 음식이 있는 접시를 놓아 둡니다. 쥐가 접시에 올라가는 순간 전기에 감전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음식에 달려들 때마다 감전되는 것을 몇 번 되풀이하면 전기 스위치를 떼어 버려도 쥐는 그 접시에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또 벼룩을 조그만 나무 상자에 넣고 뚜껑을 덮어 놓으면 몇 번 부딪친 뒤에는 뚜껑을 열어 놓아도 벼룩이 뛸 생각을 않는답니다. 뛰는 걸 포기하고 상자 안에서 안주하고 살아갑니다. 또 코끼리를 훈련시킬 때 큰 코끼리는 훈련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새끼 때부터 훈련을 시키는데, 목에 노끈을 달아서 말뚝을 박아 놓습니다. 움직이려고 하면 목을 도르래로 더 당깁니다.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목이 당겨지는 것을 알고 여기서 순응하는 것을 배운대요. 어려서부터 이렇게 길들여지고 순응하는 것을 배워, 코끼리가 커서도 자기 힘으로 능히 뽑을 수 있는 말뚝 하나, 끈 하나에 묶여서, 조련사의 줄에 따라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한테는 이런 동물들과 비슷한 기억들이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자기 안의 많은 재능과 여러 소질들이 있어도 무한하게 뻗어갈 수 있는 그런 가능성들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실패와 좌절을 실패로 여기지 않고, 좌절로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뛰어가려고 하고, 다시 한번 당겨 보고, 이런 일들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이예요. 우리가 한정지은 틀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한없이 너그럽게 만들고 한없이 지혜롭게 만들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을 끊없이 확장시켜서 좋은 공덕을 지으시길 바랍니다. * 이 내용은 지난 2002년 3월 21일 약사재일.출가재일 법문을 간추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