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죽음의 신을 깔라라고 합니다. 깔라라는 것은 시간이라고 하는 뜻입니다.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서는 모든 것이 멸하고 사라지고 죽어서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삶은 꽃이 피기도 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여러 모습으로 바뀝니다. 대원사에서는 그 전에 연꽃을 보려고, 고생고생해서 저 충청도까지 가서 연꽃을 세 단지를 얻어다 연꽃방죽에 심었는데 다 죽었어요. 영광사에서도 한 단지를 얻어다가 심었는데 뿌리를 잘 내려서 연못을 가득 채우긴 했는데 연꽃이 안 피었답니다. 연꽃을 심은 것은 꽃을 보려고 한 것인데 말이죠. 알아보니 그 연, 참연이었답니다. 참연은 꽃을 안 피우고 개연이 꽃을 피운다네요. 진짜 연은 꽃을 아껴서 몇 년에 한번씩만 핀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연을 다 뽑아버렸대요. 하나만 남아도 번식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뽑아 버렸는데, 심는 것보다 뽑는 게 더 고생스러웠답니다. 연꽃을 심었다 뽑아버렸는데, 우리들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불려가서 “너는 세상에서 무슨 꽃을 피웠느냐”하면 여러분은 그 때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살면서 악의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죄의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사랑의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지혜의 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든 씨앗들이 우리 안에 간직되어 있어요. 지옥에서 천상에까지 모든 십법계의 씨앗이 우리 안에 간직되어 있는데 우리는 어떤 씨앗을 일깨워서 이것을 꽃피우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연꽃은 뽑힘을 당하듯이 우리들 삶에서도 제대로 삶의 목적의 꽃을 피우지 못할 때는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서 미움을 받고 뽑힘을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원사는 올해가 개산 1500년이 됩니다. 연방죽도 어우러지고 도량의 모습도 많이 가꾸어지고 벚꽃길도 잘 짜여져 1500년 개산대제 기념행사를 며칠간 갖고, 초파일을 기점으로 해서 벚꽃 축제와 몇가지 행사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 때 우리나라 야생화하고 수생식물들을 함께 도량장엄을 하고 전시를 하기 위해서 수생식물들 갖가지를 구해서 종류별로 심어가고 있습니다. 들꽃들 못지않게 물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매력들이 있습니다. 물매화가 있고 물칸나가 있고 물옥잠화가 있고 물양귀비가 있고 이런 꽃들은 아주 아름답고 또 피는 시간들이 다 다르더라고요. 연꽃 같은 경우는 피는 시기가 짧습니다. 꽃 지는 것도 피면서 지기 시작해요. 피면서 또 꽃잎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연꽃은 사람들에게 덧없음을 일깨워주고 자기없음을 알려주고 그러면서 향기만을, 아름다움만을 전하지요. 연꽃 같은 수생식물들은 더러워진 물을 정화시킨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오염된 물을 정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중요한 특징은 속이 비어있다는 거예요. 자기 속이 비어 있기 때문에 오염된 주변을 정화시킬 수가 있답니다. 우리 둘레에도 자기 생각, 자기 욕심, 자기 고집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은 주변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주변을 어지럽히지요. 자기 다스림, 자기 절제, 자기 만족의 덕을 키워나가는 사람은 주변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과 따사로움을 나누어 주면서 주변을 온화하게 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식물들이 지상에서 보살의 삶을 살아가는 유익한 존재들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들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마셔서 양식으로 삼고 생물들에게 필요한 산소를 내주는 것이 식물들이지요. 티벳 불교 수행들은 식물과 같은 숨을 쉬라고 해요. 식물과 같은 호흡을 하라는 것이 티벳불교의 기초수행입니다. 우리는 현세의 가족을 위해 살지만 보살은 모든 생의 식구들을 자기 식구로 여기는 그런 삶을 삽니다. 자기 식구들이 여러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나무가 숨쉬는 것과 같지요. 나무가 이산화탄소 매연을 들이마시듯이 보살은 세상사람들의 고통을 검은 연기로 상상해서, 내가 숨을 들이쉴 때 그 연기가 내 가슴에 있는 흑점, 곧 에고를 부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 나의 공덕과 부처님의 자비로 밝은 빛이 나와서 모든 존재들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나무처럼 숨쉬는 티벳 명상법이예요. 나무들의 존재를 통해서 우리들의 길을 엿보게 됩니다. 성냄을 다스리는 것이 달이 갖고 있는 메시지라고 해요. 화나는 감정, 미워하는 감정, 이런 나쁜 감정들을 달을 볼 때마다 해방시키고 정화하는 에너지가 바로 달빛이지요. 특히 보름달의 기운은 나쁜 독을 정화해 주기 때문에 마음 속의 부정적인 성향들을 제거하고 씻어내요. 그걸 샤워로 생각하세요. 달빛 샤워. 우리가 몸의 때를 닦듯이, 누구를 미워하거나 화를 내거나 내가 나를 다스리지 못해서 생긴 어리석음과 독을 샤워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달빛 속에 맡기고, 그럼으로써 우리들의 종교적인 이상, 모든 중생을 섬기고 우리들이 가진 시간과 재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혜와 자비의 꽃을 피워야겠습니다. * 이 내용은 지난 2002년 약사재일 법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