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이렇게, 몸은 이쪽으로 하면 예쁘고 곱단 말이다.” “언니~ 좀 더 사선으로 서보는 것을 어떨까요?”

　지난 27일 새터민 부부가 운영하는 동명동의 북한 음식 전문점 ‘백두산’의 지하 강당. 고음의 간드러지는 노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오는 30일 창단공연을 앞둔 ‘백두산 민족예술단’의 연습 현장이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땀 흘리고 있다. 원색의 화려한 무용복을 입은 단원들은 음악에 동작들을 맞춰보느라 쉴 새 없고, 순서를 기다리는 단원들은 막바지 의상 수정에 분주하다.

　다리에는 딱 붙는 청바지와 굽 높은 킬 힐을 신은 평상복 차림의 그들은 한국의 여느 20~30대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ㅅ’과 ‘어’의 도드라지는 발음과 독특한 억양에서 고향이 북녘이란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을 뿐이다.

　‘백두산 민족예술단’은 북한에서 이주한 이 지역 새터민 10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체. 단원 대부분은 북한의 협주단·가극단·예술단에서 활동하거나 어려서부터 전문 교육기관에서 성악, 악기, 무용 등을 전공한 실력파들로 기본기가 탄탄하다.

　함경남도 냉면집 신흥관의 주방장 출신인 백두산 식당 주인 주미영(48) 씨가 ‘백두산 민족예술단’의 단장을 맡아 공연 기획과 행사준비 등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사회안정성협주단(경찰협주단)에서 성악배우로 지낸 최준휘(30) 씨가 부단장을, 피바다가극단 무용배우이자 북한의 유명 여배우의 언니인 김선영(39) 씨가 감독을 맡아 활동한다. 탈북 예술인 가운데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인 것이다.

　만수대 예술단에서 성악배우로 활동한 이유진(35)·신지현(28), 무용배우 김진숙(36), 아코디언(손풍금) 정영애(30)·김은혜(20)·김지운(28)·최정희(23) 씨 등이 단원이다.

　서울 등지에서는 탈북자 출신으로만 구성된 단체들이 7~8개 정도 있지만 지역(지방)을 통틀어서는 광주의 ‘백두산 민족예술단’이 최초이다. 주미영 단장은 “타 지역보다 유독 전남 지역에 탈북 예술인들이 많이 모여 있다”며 “이들의 재능을 모아 북의 문화도 알리고, 남과 북의 문화 차이를 줄이기 위해 예술단체를 꾸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함경도 지역은 뭐든 하면 잘 해야 한다는 지방주의가 강한데 이곳 전라도도 그런 것 같다”며 “그런 배짱으로 열심히 해 어느 단체보다 훌륭한 예술단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 창단 공연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민족적 정서와 통일염원이 담긴 남과 북의 노래와 무용을 공연한다. 한국에서 승인된 ‘반갑습니다’·‘휘파람’ 등의 북한 가요와 한 민족이 즐겨 부르는 ‘노들강변’ ‘진달래’ ‘도라지’, 탈북자들이 고향을 생각할 때면 부르는 고향에 대한 애수가 담긴 ‘고향하늘’ 등을 들려준다. 또 북한에서도 최고급 무용으로 알려진 마술처럼 옷을 갈아입는 ‘마술춤’(사계절춤)을 비롯해 ‘물동이 춤’ 등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단원들은 의상에서부터 음악까지 모든 것을 손수 마련했다. 기존의 인프라나 관련 단체들이 없어 조그마한 장식 하나까지도 직접 바느질을 해 만들었다. 그래,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단원들이 많이 울기도 했단다.

　김선영 씨는 “북에서 했던 것을 그대로 묘사해서 하다 보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났다”며 “특히, 고향에 관한 노래나 음악이 나오면 다들 힘들었던 기간이 생각나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에 온 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여 년 정도. 그러다보니 피부로 느꼈던 남과 북의 문화의 특성과 차이도 크다.

　최준휘 씨는 “북의 음악이 혁명성이나 찬양이라면 남의 음악은 남녀의 사랑이 대부분이다”며 “사랑이 없으면 신세대 노래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치우친 것 같다. 자신에 대한, 부모에 대한 사랑 음악들도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래, 그들의 공연에서도 그런 음악들을 많이 들려준 예정이다.

　이들은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면서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또 백두산 식당을 ‘평양식 극장식당’으로 키워 매일 예술단의 공연과 갖가지 북한 음식이 제공되는, 북한 예술문화와 음식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창단공연은 30일 금요일 오후 7시 백두산식당 지하 강당에서 열린다. 공연 섭외 및 문의 062-233-5676, 010-9380-8884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