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의 특별전에 맞춰 인도 명상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이 열린다. 인도에서 8년간 인도음악을 공부하고 온 박양희씨의 공연이다. 그녀를 만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화장기없는 맨 얼굴, 낮은 목소리. 박양희(38, 장흥)씨의 첫인상이다. 그녀는 인도에서 8년간 인도음악을 배웠다. 생머리를 질끈 동여 매고 주황색의 로브(인도 바울 수행자들의 의상)를 입었다.

“인도에 가면 세가지를 해보고 싶었어요. 사막에 해지는 풍경과 타지마할을 보고 싶었고 아쉬람(수행공동체)을 체험하고 싶었죠. 이 세가지를 6개월안에 다 끝내 버렸는데 어쩌다가 8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국내에는 인도의 문화가 모티브가 되어 상품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바타'나 '요가'일 것이다. 그녀는 문구점에서 꼬맹이 여자애들이 사고 싶어하는 아바타를 모른다. 인도에는 아바타라는 명상방법이 있을 뿐이다. 원래 아바타는 산스크리트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이다. 신이 지상에 강림함 또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그것이 인터넷상에서 개인을 대표하는 캐릭터 아이콘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인도에는 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도를 우주의 축소판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 보도가 되지만 인도의 샨딸리라는 부족은 5이상의 숫자개념을 몰라요. 기후도 한쪽은 1년내내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춥고, 다른쪽은 반대예요. 언어도 다양하고 지리적인 여건도 여러 문화권이 인접해 있지요.”

그녀가 인도를 향했을 때 마음속에는 사회주의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고 있었다. 인도 유일하게 공산주의가 집권을 하던 캘커타 공항에 내려서 처음 본 풍경은 인도인들이 모여서 스트라이크를 하는 광경. 그녀는 차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렸다. 8년의 인도생활에서 방황의 근원은 이념이나 체제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고 평화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 세밀화를 보면 힌두교의 신들이 많이 등장하죠. 인간의 영성속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정확하게 절반씩 공유하게 되면 완벽한 인격체라고 인도사람들은 생각했어요. 그래서 크리슈나의 경우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내면적인 여성성을 발전시켜서 이상적인 인격체, 즉 신의 경지가 되었지요. 크리슈나의 모든 그림에는 피리를 불고 머리에 공작 깃털을 꽂고 있어요. 피리나 공작 깃털은 크리슈나임을 상징하는 것이죠.”

손때가 묻은 두꺼운 다이어리 한권을 보물처럼 꺼내 보여준다. 국어인것도 있고 때로 인도어로 무엇인가 빼곡히 적혀있다. 인도에 있을 때부터 적어온 그녀의 노래책이란다. 힌두교의 신들은 인간적이다. 그들은 화도 내고, 이성적인 사랑도 한다. 인간의 삶에 가까운 모습들이 많은 이야기들로 전해 내려온다. 그녀는 노트에는 그런 이야기들도 있다.

“저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재미있는 인도여행이 될 것 같아요.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분도 좋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분도 좋아요. 어떤날은 춤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날은 시바챤틴이나 노래를 함께 배워 보기도 할거예요.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 인도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거죠.”

여운을 남기고 이야기가 끝났다.

인도음악가 박양희씨의 인도 이름은 락슈미이다. 락슈미는 힌두교 시바신과 빠르바띠 공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번째 딸로서 '부와 행운의 여신'이다. 힌두교에서 3대 신의 한분인 시바는 파괴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파괴가 아니면 새로운 창조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한다. 락슈미를 상징하는것은 부엉이와 볏단이다. 밤도 낮처럼 깨어있어서 항상 상대방에게 행운을 줄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한다. 박양희씨가 전해준 시바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한대목. "힌두교에서는 전쟁조차도 함께 풀어야 할 업이라고 생각을 해서 상대방을 적이라고 생각하는것보다 지금 처한 상황이 전쟁이라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바의 익숙한 이름은 천수다라니에 나오는 '니라간타'는 단어죠. 니라간타의 의미는 '푸른 목의 사나이'라는 뜻인데 희말라야에서 시바가 명상을 하고 있다가 보니 신들의 전쟁이 일어났답니다. 깊은 바닷속에 영원한 생명을 가질수 있는 영험한 약이 있는데 그것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싸웠답니다. 그렇지만 그 약이라는것은 너무 효과가 강해서 또 다른 독이 되는것이기도 했지요. 그때 신들이 그 약을 마실수 있는 사람을 시바라고 생각했고 시바가 나타나서 그약을 마시자 온 몸이 푸르게 변했다고 해요." 그리고 시바챤틴(시바를 찬양하는 노래)을 대중들이 따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옴 나모 시바요 나모' (시바 당신에게 귀의합니다) 가사가 간단하고 단순한 가락이라 염불처럼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해서 부를수 있다.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으며 '옴' 해 보면 몸의 어느부분에서 진동을 느낄수 있다고 한다. 장흥에서 요가 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문영희씨는 강한 진동을 느끼는듯 몸이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오랫만에 좋은 느낌을 가질수 있는시간이었어요. 온김에 그림도 감상하고 대원사에서 가을을 느낄수 있어서 여러가지로 보람있네요" 문영희씨는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기회라며 수련원생들에게 많이 알려야 겠단다. 그림만 지키고 있던 박물관에 사람 사는 온기가 감돌았다. <2004.10.26 기사내용>

수피성자들의 회전춤을 추다 사람들이 공간을 적당히 떨어져서 손을 벌린채 돌고 있다. 천천히 정면을 바라보고 흐르는 음악에 몸을 실은 듯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신비주의 수피성자들이 춘다는 일명 회전춤. 세상과 신과 자기를 위한 절을 하고, 자신을 안아주는 동작부터 시작한다. 자신이 주체하지 못할게 슬퍼지거나 화가날때도 그러한 자신을 구박하지 말고 안아주면서 그런 기운들이 바람처럼 자신을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마치 하늘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치는것과 같이 자신에 대해서 일부러 엄격해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돌다 보면 한손은 하늘을 향해 다른손은 땅을 향해, 그리고 가운데 내가 있다. 한쪽발은 중심축으로 움직이지 말고 다른 발로 균형을 잡으며 돈다. 눈을 감지도 않는다. 내가 서 있는 현재를 회피하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음악이 흐르다가 중간에 'STOP' 이라는 신호가 들린다. 신호에 따라 몸을 정지시켜 보면 몸의 방향보다 시선이 먼저가 있거나 늦게 따라온다. 먼저 가있는이는 미래를 생각하는편이고 늦게 오는이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것이라 한다. 박양희씨는 이 춤을 추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돌다가 어느순간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것들이 제자리를 잡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렇게 제 자리를 잡은것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지, 수, 화, 풍이었을까. 그녀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직접 해봐야 안다는 뜻이리라. 수피성자,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이 수행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인도의 세밀화는 라자흐스탄을 근동으로 인도내에서도 이슬람 세력이 강한 지역이다. 타지마할이라는 궁전은 사랑의 완성으로 일컬어 진다. 9C 경에 수피에 대해서 양털옷을 입은 철학자들로 알려지게 된다. 하얀옷을 길게 입고 머리에 검은 모자를 쓰고 춤을 춘다. ‘깨달음은 일상이다’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다. <2004.10.10 기사내용>

인도 음악의 아버지 탄셴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음악가가 있었다. 왕은 기쁠 때나 슬플 때, 전장에 나아갈 때나 돌아올 때, 홀로일 때나 큰 연회가 있는 어느 때고 그를 불러 노래를 청해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그를 질투하여 모함하는 무리도 있었겠다. 왕께 고하기를 '그가 당신이 청하는 많은 노래를 불러 왔지만 실은 당신에게조차 들려주지 않고 숨겨둔 노래가 있습니다.' 왕은 그 말에 화가 나서 당장에 그를 불러들여 묻는다. '너와 네 노래를 아껴 십수 년을 가까이 두고 즐겼는데 내게도 들려주지 않는 너만의 노래란 도대체 무엇이단 말이냐?' 그는 정중하고 공손하게 말한다. '당신께 숨기는 것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그것은 다만 불을 부르는 노래로 그 노래를 연주하게 되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불길이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왕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아 더 큰 화를 두려워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이 주일의 시간만을 허락한다. 왕의 명령은 단호하여 그의 목숨을 담보로 하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어린 딸을 불러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허락된 이 주일 동안 그 노래를 익히지 못하면 아버지는 물론이요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될 것이므로 목숨을 건 절박한 수업을 강행한다. 드디어 약속된 시간, 궁정에는 왕과 그를 모함한 자들을 포함한 모든 신하들이 자리하고 그의 노래를 기다린다. 노래는 시작되고 연주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더위를 느낀다. 가수나 관객이나 땀이 비오듯 쏟아져 하나둘 옷을 벗어부치고 급기야는 나무들이 시들어 가며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게 되었다. 그때야 비로소 왕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노래를 멈추게 하나 이미 시작된 불길은 쉬이 누그러지지 않고 더욱 거세어 간다. 그때 서편하늘에서부터 서서히 검은 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퍼붓고 불길을 잠재운다. 왕은 가수에게 사과하고 많은 상을 내리지만 가수는 어디론가 급히 뛰어간다. 그곳은 그의 딸이 아버지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이 다하도록 비를 부르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산 꼭대기였다. 딸은 피를 토하며 쓰러질 때까지 노래로 비를 불러 내었고 아버지는 딸을 안고 통곡한다. 그 아버지가 바로 지금까지 인도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탄셴이다. 인도의 음악이나 춤 등의 공연에서는 학문과 예술의 신(神) 사라스와띠, 탄셴, 그리고 살아있는 신으로 모시는 구루에게 바치는 향(香)이 먼저 올려진다. 그들에게 있어 모든 예술행위란 신께 올리는 공양으로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이 곧 우리에게 내리는 축복임을 믿기 때문이다. <계간 불교와 문화에 박양희씨가 기고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