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부가 운영하는 정통 북한 음식 전문점이 문을 연다. 광주 최초다. 이름은 백두산. 장차 하나가 돼야 할 민족의 염원을 담았다.

단순히 식당을 넘어 새터민들의 교류의 장이 될 공간이다. 북한의 문화와 예술이 전시되고 공연될 공간도 별도로 갖췄다.

‘백두산’은 오는 4일 동구 장동로타리 인근 식당에서 조촐한 개업식을 갖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탈북 후 남한 사회 정착은 또 하나의 전쟁이었던 터. 광주 정착 5년 동안 그럴듯한 직업 한 번 가져 본 적 없었던 김춘화-주미영 부부가 ‘큰 뜻’을 펴보고자 식당을 구상했다. 여기에 아시아문화교류재단(이사장 현장 스님)이 보증금과 월세 등 금전적인 지원을 보탰기에 ‘백두산’은 현실이 됐다.

김-주 부부는 2003년 ‘탈북 동기’로 남한에 정착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있으니 통일이 되면 남에서의 인연은 깨끗이 끊자’는 것이 이들의 결혼 조건. 분단의 상처가 ‘과거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고통의 부부다.

아내 주 씨는 탈북 전 함경도의 유명한 냉면집인 신흥관에서 12년을 종사한 북한 음식의 달인. 백두산의 가장 든든한 밑천이다.

함흥냉면, 평양만두, 가자미식해, 강냉이국수, 생태탕 등 정통 북한 음식들이 이 씨의 손끝에서 조리될 터이다. 새터민들에겐 매일 식사가 무료. 또 수익금의 10%는 자녀들 장학금으로 지원된다.

남편 김 씨는 식당의 조력자이면서 지하 1층에 마련된 북한 문화·예술 공간의 기획자다.

문화관에선 그동안 김 씨가 수집해온 북한의 그림·도자기·책·음악·잡지 등이 전시된다. 광주·전남 거주 600여 명의 탈북자 중에서 재능 있는 이들로 공연단을 꾸릴 구상도 다듬고 있다.

“백두산은 탈북자들에겐 정을 나누고 취업 등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보금자리로, 남한 사람들에겐 북한의 현실을 알고 통일의 공감대를 넓히는 교육관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후원자 현장 스님의 기대다.

여기에 남편 김 씨에겐 `광주가 준 기회’라는 의미가 덧붙여진다.

2003년 탈북, 하나원(탈북자 사회정착 지원 기관)교육을 받은 80명 중 광주에 정착한 이는 김 씨가 유일했다.

“광주는 소비도시라고, 일자리가 없다고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어요.” 북한군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김 씨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을 군대에서 듣고 봤다.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다. 하지만 광주에서의 삶은 팍팍했다.

우려대로 일자리가 없었다. 돈벌이가 된다면 서울·제주·목포 등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고 보니, 집만 광주인 삶이 계속됐다. 공사판 일당 노동자를 못벗어났다. 하수구 맨홀을 열고 오물 퇴적을 확인하고, 물흐름을 도면에 기록하는 일도 주된 일감이었다. 냄새나고 어지러워서 남한 사람들은 기피하는 노동이었다.

“남한 정착의 모범적인 모델을 광주에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곁에서 도와주는 이들이 많으니 잘 될 거라 믿습니다.” 문의 062-233-5676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흐르는 곡 :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