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소리가 북에 남은 가족들에게까지 울려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8~19일 양일간 보성 대원사 티벳박물관(관장 현장스님)이 새터민의 사회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L씨. 그는 현장스님과 함께 대원사 황금대종을 치고 양손으로 귀에 손을 모아 마음속 깊이 종소리를 새기며 ‘하루 빨리 북에 남은 가족과 함께 살 것’을 기원했다.

범종소리 북녘에도 들렸으면 …

새터민은 북한에서 나와 남한에 정착한 주민을 이르는 말로 현재 1만1천여 명이 남쪽 땅 곳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번 대원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새터민은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300여 명 가운데 40여 명. 이들 대부분은 타종교인이다.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이 타종교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이뤄지는 탓에 새터민의 80%가 타종교를 신앙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 보성 대원사서 열린 ‘새터민 템플스테이’서 참가자들이 마주보고 삼배를 하고 있다.  

6년 전 남한에 정착한 K씨는 “태어나서 사찰을 처음 찾았고, 스님을 가까이서 만난 것이 신기하다”며 “이상하게 절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 앞으로 자주 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선방으로 자리를 옮긴 새터민들은 현장스님이 진행하는 ‘마음나누기’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욕심과 게으름, 어리석음을 발견하고 놀랐다.  

현장스님은 “새터민들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새로운 희망을 찾도록 하기위해 주제를 ‘무지의 잠에서 깨어나기’로 정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일주문을 나설 때는 나와 남을 해치는 독을 없애는 지혜를 가지고 떠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한 “새터민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남과 북의 문화차이를 해소하고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터민 템플스테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새터민들은 서로 부처되기, 연잎이슬 마시기, 죽음체험 등을 통해 진정한 자신과 남에 대해 알아가는 귀한 시간을 갖고 대원사를 나섰다.  

이준엽 광주ㆍ전남지사장

[불교신문 2454호/ 8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