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화엄학림 2차,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6월 12일 일요일, 화엄학림 식구들 117명은 준비된 차 세대에 나누어 각자의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멀고 먼 땅 한반도 지리산을 가로질러, 낙동강도 떨치고 그리고 소백산 자락을 휘 돌아 태백산 밑자락 가까이 다달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의상대사가 1400년 전에 화엄의 뿌리를 내렸다고 하는 그 곳, 굽이굽이 산이 파도치며 서 있는 이 곳 산지에 화엄경의 빛날 화자를 밑그림으로 화엄학림을 차리고 3000명의 제자를 통솔하며 찬란한 불법을 펼치던 곳이 바로 영주 땅 부석사라고 한다. 한국 불교의 새벽 의상대사가 숨쉬던 조사의 문중에 발을 딪고 서있는 감회가 어떠하였는가 묻고 싶다. 의상대사의 일대기가 차안에서 이미 현장스님에 의해 전설과 소설과 기록과 사실을 오가며 하나의 역사로서 자리매김한지라 부석사를 오르는 발걸음은 더욱 진지했으리라. 커다란 돌들이 성을 쌓듯이 산지에 가람의 층을 이루며 축조된 곳에 목조 건축들을 짓고 어려운 화엄의 길을 터득해 갔을 스님들의 에너지가 가히 저 산들의 힘들을 아우르고 하늘의 소리들을 들을 법 했을 듯, 곳곳이 정겹게 살아숨쉬는 이 가람, 참 좋구나! 부석사라는 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절에는 실지로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다고 하는데 그 바위 밑으로 노끈을 넣고 돌리면 노끈이 그대로 걸림없이 나온다고 한다. 돌이 왜 떠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미스테리도 있어야 하는 법, 또 신기한 일은 맨 꼭대기 조사당 앞에 있는 신비화에 대한 전설적 이야기다. 의상대사가 조사당 자리에서 움막을 짓고 공부하다가 열반에 드실 때 지팡이를 꽂으며 “이 곳에서 잎이 날 것이며 꽃이 필 것이다. 이 식물이 살아있는 한 나는 이 곳에서 함께 살아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비를 맞지 않고도 물을 주지 않아도 저렇게 가냘프고 고운 모습으로 시퍼렇게 살아있다니, 혹, 밤에 몰래 철조망을 따고 호스로 물을 주는 것은 아닌가?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부석사를 내려오는 길, 무량수전 부처님은 옆으로 돌아앉아 화엄삼매에 드셨나? 한국 건축의 자존심 그 모든 것이 이 가람에 있다하는데, 층층을 이룬 자연스런 석층에 터와 터가 거대하게 올려져 한 세계를 이루는 법계의 층이 되는 부석사, 그 돌계단을 아이처럼 밟고 밟으며 아장아장 내려오는 길, 사과나무가 능선 가득히 펼쳐져 있는 그 길이 좋고 또 좋았다. 아름다운 한국의 절, 세계 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의 절, 중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티벳에서도 인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소박하고 소박한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아는 이 얼마나 될까? 나무와 나무를 굳건히 끼워맞추고 자연스럽게 돌들과 돌들을 얹어 축대를 쌓고 그곳에 아름다운 나무들을 배열하여 하늘에 달과 별을 지붕처럼 올려놓고 산과 산을 신비하게 엮어놓은 그 조화의 평화로움은 경이로운 가슴으로 숨쉬고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정녕 알 수 없으리라. 멀고 먼길, 왔으니 그냥갈 수 없는 답사라, 한국에 딱 한곳에만 있다는 윤장대가 숨어있는 곳 소백산 ,용문사를 찾아 길을 떠났다. 한국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인다는 소백산 꽤 높은 곳에 웅장하게 위치한 이 절은 국가 보물로 지정된 대장전이라는 건축물을 갖고 있었다. 1984년 화재시 이 건물은 1000도가 넘는 화마에 끄덕없이 보존되었다고 하는데 그 안에는 우리나라 1000여개의 사찰 중 딱 이곳에만 있다는 윤장대가 신기한 모습으로 놓여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팔각정자 형태로 좌우에 한 개씩 두 개가 법당에 놓여있는데 그 곳에 경전이 안치되어 있어 그 것을 돌리며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좋은 세상 만들기를 발원하였다고 한다. 티벳불교의 전통이 이 곳에 남아 전해지는 것이라고 현장스님은 설명하신다. 고려 초, 이곳 예천 소백산 중턱에 절을 짓고 선사들을 모시며 호국불교를 부흥시켰던 태조 왕건의 불교중흥정책이 이 절 어딘가에 웅장한 남성미를 자아내며 남아있는 듯 하다. 고려시대 때 지어져 계속 조선시대 때 고쳐지어졌다는 긴 역사를 가진 자운루에 앉아 편안히 쉬고 싶었지만 갈 길이 먼지라 소백산 자락을 기억에만 얹은 채 우리는 바삐 발길을 돌려 먼 귀향길에 올라야만 했다. 돌아오니 깊은 밤 삼경인데, 무엇을 배웠던가? 가고 가면 본래 그자리, 이르고 나면 출발할 자리란 선시가 있다. 의상대사의 게송이라는데 마음 속으로 한번 읊어본다. 지금 바라보는 이 시선 이 자리 이 눈동자를 투과하는 법계여. 어디론가 가야하는 또한 그 시점에서 \'법\'으로 시작해서 \'불\'로 끝난다는 의상대사 법성게라도 외워보아야 겠다. 화엄학림 식구들, 모두 무엇을 배웠는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