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저자 빅터챈과 역자 류시화의 대원사 강연회
대원사에서 직접 제작한 팬 사인회 플랑카드
길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 시 화 - 
팬 사인회 정경
만추를 배경으로 대원사가 술렁였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멋진 옷차림의 내방객들이 있었고, 카메라 플래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용서>의 작가 빅터챈과 이미 그의 시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역자 류시화씨가 강연회 일정으로 대원사를 찾았기 때문이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열린 강연회에서 책에 없는 진솔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도음악가 박양희씨의 인도 노래에 깊은 감동을 받은 듯 류시화씨는 자신의 시를 낭송했다. 분위기가 시와 음악으로 부드러워진 가운데 빅터챈의 강연이 시작되었고 중간 중간 류시화씨의 개인적인 해석이 있었다. 류시화씨가 자비심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 할때 객석 앞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도 있었다. 가까운 이들을 초대해 사는 이야기나 나누는 자리처럼 시종일관 편안하여 아쉬움을 가득 안은채 긑이 났다. 그날 말씀을 해주신 빅터챈과 류시화씨 그리고 현장스님의 소개까지 요약한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저자 빅터챈
현장스님--관세음 보살의 만트라 옴마니반메훔은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수라 천상에 자비의 빛을 뿌려서 우주법계의 모든 생명들이 깨달음을 이루고 행복에 이르도록 축복을 보내는 진언입니다. 예로부터 인도는 대세지보살이 다스리는 국토요, 중국은 문수보살이 다스리는 국토고, 티베트는 관세음보살이 인간의 몸으로 환생하여 인민을 복되게 하는 땅이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그 이미지가 퇴색되었으나, 티베트에는 관세음보살의 의미가 변하지 않고 내려오고 있습니다. 제가 1987년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라바트에서 수행중인 달라이라마를 뵈었습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이 박물관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같이 여행했던 청전스님은 티베트로 다시 출가를 하여 수행을 하고 있지요. 그때 저는 어떤 과일이 열리느냐에 따라서 나무를 평가할 수 있듯이 달라이라마를 만들어낸 티베트 불교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그 정신문화를 한국에 전하는 일이 남아서 할수 있는 좋은일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지혜와 자비의 씨앗이 생겨서 자신과 타인의 삶을 행복하게 할수 있는 복덕으로 커지기를 바랍니다. 
강연회가 끝나고 독자들의 질문시간
류시화--- 빅터챈을 초청하고 나서 저는 제일 먼저 대원사를 마음속에 떠올렸습니다. 대원사의 티벳 박물관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강연회 스케쥴이 잡히기도 전에 현장스님께 박물관 일정으로 부탁드렸습니다. 빅터챈은 달라이라마가 만난 최초의 중국인이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주체할 수 없는 웃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빅터챈의 모양새가 마치 중국인 히피같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번역자로서 <용서>는 웃음과 용서가 책 전체에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달라이라마의 웃음속에는 용서한 자만이 가질수 있는 따듯함과 당당함이 가득하지요. 상대를 고통에 빠트렸던 나라의 국민이 가졌던 걱정을 단번에 무장해제 시켜버렸던 웃음은 용서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웃음입니다. 
박양희씨의 인도 음악을 감상
역시 티베트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천진난만한 웃음에 있습니다. 제가 히말라야 트래킹을 마치고 티벳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인 족챈에 대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티베트 사원에 가서 린포체에게 족챈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지요. 이분이 그말을 듣고 옆방으로 가시더니 돌아오지를 않아서 옆방으로 가봤더니 계속 혼자 웃고 계시는거였어요. 자기가 불렀더니 돌아보고 다시 계속 웃었습니다. 그당시 저의 몰골이 마치 산적이거나 마약중독자 같아서 였답니다. 달라이라마가 북인도를 지날 때 차안에서 심한 복통을 느끼게 됩니다. 차안에 누워계시다가 몸을 일으켜 밖을 바라본 순간 길가의 소년이 코트도 없이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보호를 받고 있는데 저 아이는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깊은 연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훗날 달라이라마는 이일을 회상하면서 그때 자신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했음을 이야기 합니다. 저도 같은 경험을 한적이 있어요. 네팔의 고원에서 한 마을로 내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길위에 누워있었습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는 죽어가고 있었지요. 그를 안고 손을 잡고 말을 해주면서 30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숨을 거두었어요. 그때 저는 이질같은 설사병에 약도 못 먹고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 저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증상까지도 사라졌지요.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생각하는 순간 육체의 면역체계가 증강된다는 의학적인 발표가 있습니다. 
좌로부터 빅터챈 현장스님 그리고 류시화씨
많은 서구인들이 달라이라마가 신인가를 궁금해 합니다. 달라이라마에게는 피부병이 있습니다. 가려워서 긁으면서 내가 신이 아니라서 가려워 하는 것이다고 말을 하시지요. 나는 신이 되면 이 피부병을 고치고 싶다고도 하십니다. 경계선을 가지고 나만을 생각한다면 그냥 작은 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서 점점 존재를 내 주변의 타인들로 넓혀간다면 그것이 곧 신적인 존재가 아닌가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달라이라마는 별개인 독립적인 ‘나’라는 존재는 없고 연결지어진 관계들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다. 달라이라마의 이타주의는 나는 상대방의 일부이고 상대방은 곧 나의 일부이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인간만이 아니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곧 내자신의 일부이며 나에 대해 집착하는 것은 소아병적인 생각인것이지요.
빅터 .. 달라이라마에게 전해들은 짧은 일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년전 달라이라마께서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심리학자들을 만났습니다. 심리학자는 한가지 실험중에 있었습니다. 타입A와 타입B로 사람들의 성격을 나누었지요. 타입A는 활동적이고 에너지에 가득차있고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의욕적인 사람. 타입B는 조용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내성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입A가 빨리 죽고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과학자는 이 두가지 타입에서 타입A의 말하는 방식을 더 세분했습니다. 타입A중에서 내 것, 나의 집등 자기 중심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일수록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타입A가 빨리 죽거나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그렇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하였지요. 말하고자 하는것의 핵심은 달라이라마만큼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을 저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정 혜자 miraboh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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