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도 매서운 기세로 단풍을 떨어뜨리던 바람이 잠잠해진 15일, 대원사 앞마당에 때아닌 가든파티가 열렸다.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외국인 교수, 학생, 네팔 노동자 30여명을 초청해 사찰식 뷔페로 점심을 대접하는 행사였다.

<사진1>대원사에서 직접제작한 멋진 플랑카드

전날부터 차가운 날씨속에서 여러보살님들이 음식 장만을 위해 애를 쓰셨고,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 넣은 이색적인 플랑카드도 눈에 뜨인다. 급조했다고 하나 멋스러움이 가득하다. 지장보살님이 굽어보시는 잔디위에 하얀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손님들과 함께 카메라맨들도 도착했다.

<사진2>카메라와 카메라가 마주보며 서로를 촬영

김중채 위원장님은 인사말에서 “부처님께 올린 음식을 공양하게되어 영광스럽다”고 하셨으며, 현장스님은 “오신채(五辛菜:마늘·파·달래·부추·흥거)를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며, 영양이 우수하다. 간단하고 소박한 재료로 자연의 풍미가 살아 있는 독특한 맛”이라고 사찰요리를 소개했다.

<사진3>김중채 위원장님의 인사말씀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식이라, 삼삼오오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 저기저기서 음식 맛에 대해 질문을 했고, 답변은 “beautiful, and delicious!" (아름답고 맛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삼튀김과 버섯탕수는 독특한 풍미와 향으로 인기가 있었다. 음식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이끄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사진4>일단 눈과 코로 색과 향을 음미하고

현장스님은 “일본속담에 잘사는것의 기준은 물질에 있지 않고 집에오신 손님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대접을 해서 보내느냐에 있다”고 하시면서 식사에 이어 음악회도 준비했음을 알려 주셨다. 대원사 전속 음악가 유상호씨과 인도음악가 박양희씨가 초청되었다. 특히 이날 유상호씨는 러시아 분들을 위해 드라마 모레시계 주제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백학”을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플룻연주로 들려주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사진5> 러시아 유학생의 멋진 노래 열창

맛있는 음식이 있고, 멋진 음악이 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이날 현장스님은 "앞으로 이런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혀 대원사를 찾는 분들에게도 이런 행복에 동참할 기회가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정혜자 miraboh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