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사 김장 풍경 스케치 느닷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계획에도 없이 지장재일 보살님들이 많이 모이니 후딱 배추를 절이자는 의견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든 것이 척척 이루어 지느라고, 마침 포장도 걷지 않은 배추 트럭을 만났다. 아저씨는 대원사 앞마당에 배추를 개시했다. 부지런히 배추를 뽀개어 놓으니 뽀오얀 노란빛이 물이 통통 올라있다. 배추를 그득 담은 무거운 통은 행자님 차지. 열심히 수도가로 가져다 나르시고, 물기 창창하던 배추가 드디어 소금을 만났다. ‘배추야 배추야 소금을 만나 골고루 부드러워 지거라’ 보살님들은 한마음으로 열심히 소금을 뿌리고 고이 통을 덮어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은 배추 건져서 물기를 빼고 갖은 양념들을 다듬는 날. 갓은 갓대로 푸르고, 무우는 무우대로 오동통, 청각도 보들보들 다져서 모든 준비를 완료 했다. 그러느라 또 하루가 흘러 이들이 하나의 김치 패밀리로 탄생하는 아침이 밝았다. 채 썰어진 무우에 고춧가루를 넣고, 갓, 미나리등과 홍시 삶은 물(?)도 부어가며 보살님들의 입담과 함께 양념이 완성. 배추 하나씩 잡고 이쁘다 이쁘다 양념을 비벼대니, 배추가 빨갛게 물이 들었다. 그러나 한번더 치장이 남았으니 그것은 소(배추속에 두어겹정도 안을 채우는 진한 양념)를 넣는 일. 드디어 모든 과정이 끝나 빨갛고 탐스러운 김치가 모습을 드러내니 그 간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방금 지어서 따끈따끈한 밥위에 깨 듬뿍뿌린 김치를 한가닥 죽 찢어 얹어서 한입에 넣으니 산해 진미가 부러울까. 김장 울력에 동원된 모든 보살님들은 바로 그때 \"깨\"달아 버리셨다. 김치에 묻어 있는 깨가 입 가장자리에 붙어 버렸으니 쉽게 \"깨\"달아 버렸다고 모두들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날 입에 붙어있던 깨는 오래지 않아 떨어졌으나 하나가 되어 힘든일을 이루어낸 뿌듯함은 두고 두고 오래 남을것이었다. 마을 음식점에서 이루어진 여러 보살님들의 뒷풀이는 죽산리 여러 어르신을 모시고 이루어졌다. 그날 자리하신 보살님들은 이상한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으니 그것은 대원사 공양주 보살님들은 대대로 명창이라는 것. 예전 보살님도 한 소리하시고 현재 보살님도 어찌나 노래를 잘하시는지. 김치맛도 좋은데 듣기 어려운 노래까지 들으니 김장을 하느라 피곤하던 몸과 마음이 눈녹듯 사라짐을 느끼셨단다. 우리 대원사 보석처럼 빛나는 여러보살님들, 낮은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보살님들, 겨울을 이기고 다음해 묵은 김치처럼 오래 오늘을 생각 하겠습니다~. 정혜자 miraboh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