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6일 아시아의 치유무용을 지향하는 무용가들이 모여 광주 KT정보센타에서 치유무용 예술 테라피란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1차 공연을 하고 그 다음 날인 27일 티벳 박물관에서 제 2차 대중공연을 하였다. 말하자면 시골 촌구석에서 아직은 낯선 치유무용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들의 앞선 무용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다. 제도화된 틀 내에서 상품화된 동작과 웃음으로 정형화되어 가난한 우리들을 더욱 외소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적 무용예술가들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에 다가서려고 하는 따뜻한 삶의 동작이 웃음과 울음 속에 혹은 담담한 관조 속에 숨결처럼 베어있는 그 공연자들을 바라보면서, 예술이란, 또한 예술가란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노동과 생로병사의 고통이 일정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는 치유무용은 내일이면 시들어 버릴듯한 뿌연 생각과 감정들의 하루하루가 우울한 감정의 심층이 되고 다양한 병명으로 둔갑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대량생산의 풍요속의 현대인들에게,특이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예술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인도에서 유명한 뉴델리 구치푸디 무용학교를 경영하고 있는 구치푸디춤 (흰두교 성전에서 추는 인도 전통 무용)의 권위자인 비안티 카쉬의 인도춤은 우주적인 소리들과 내면의 감정들을 신비롭게 음성과 음향으로 들려주며 그것들을 밝게 풀어내고 접수하는 한 여인의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 여인은 배꼽 아래 단전에서 생명에너지를 느끼는 인도 특유의 신비스런 표정과 양과 음의 에너지가 만나고 교차하는 몸의 각 부위를 투명하게 움직이고 관찰하면서 눈동자 하나하나 발가락 하나하나들의 제 안의 싱싱한 소리를 듣게 하고 하늘과 땅 그리고 타인을 상징을 통한 동작을 만들어 바라보게 하면서 그것들의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몸과 마음의 테마를 표현하고 있다. 춤을 통해서 여인은 스스로를 완성하고 있으며 공간 속에서 마음껏 몸을 움직이는 끊임없는 수행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존재의 환희를 역동적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을 무대에서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은 인도네시아, 디딕 닌 토왁의 코믹한 춤이 제시되었는데 전통적인 춤의 문법과는 완전히 달랐다. 창의적으로 구사된 몸의 동작과 의상으로 앞면과 뒷면의 주인공이 다른 2인의 춤을 1인이 깜짝쇼처럼 돌고 돌면서 보여주었는데 등을 가슴이라고 생각하고 뒷머리를 얼굴의 앞면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연구한 몸의 움직임이 역시 프로다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쪽이 진실로 한인간의 앞면인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나중에 무용수가 가면을 벗고 인사를 할 때에야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어느 쪽이 정말 그 사람의 앞 모습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디딕은 우스운 원숭이와 주책맞은 할머니 또는 권위적인 관료의 탈을 쓰며 거기에 맞는 음악으로 해학적인 춤을 추어댔는데 그가 한 인간의 캐릭터와 그 사람의 몸 동작을 예사롭지 않게 관찰한 눈맵시가 대단한 인간임을 알게 하는 절제되고 과감하며 우스운 움직임이 아직도 선명하게 뇌리에 꽂히고 있다. 디딕의 춤은 앞으로 우리들이 개발해야할 무용의 한 부분을 설정해 주고 있었는데 자유분방하며 현대적인 기운과 다양한 각계각층의 웃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특징적인 행동들을 신나게 춤으로 결합하여 코메디처럼 보여주는 표현예술의 신선함에 대한 제시이다. 비극적인 인간 운명 속에서 일어나는 무한한 희극적 현장들의 재창조는 우리 예술이 지향해야 할 뚜렷한 하나의 방향임을 인도네시아의 거장 디딕은 실험적으로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우매함과 연약함 속에서 그것을 웃음으로 (값싼 웃음이 아니라 진정한 웃음)창조할 줄 아는 예술가는 개념없이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직관의 창조자이며 참된 웃음의 카타르시스가 왜 힘이 넘치는 치유가 되는지를 아는 날카로운 에너지의 통찰자임을 새삼 디딕을 통해서 느끼게 된다.

다음은 태국의 노라댄스가 등장했는데 우리나라의 무당춤처럼 태국의 샤머니즘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땅의 신을 밟는 것처럼 등을 약간 구부리고 발로 땅을 누르는 동작을 집중적으로 반복하며 새 깃털들이 달린 화살들을 온 몸에 많이 달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찔러보기도 하고 겨냥하기도 하였는데 조상의 혼령들을 받아들이고 환자들을 그 혼령에 의해서 치유하던 오랜 전통무희가 태국의 노라춤이라는 형태로 전수되면서 치유 무용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남부 태국은 아름다운 새가 많은 열대지방이라 새의 형상을 따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것들이 많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농경시대 농사를 지으면서도 근육들이 아프지 않도록 개발된 집중적인 명상농법을 상상할 수 있게 하였고, 그 꼼꼼한 움직임들은 인간과 땅과 수확물의 진지한 대화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노라댄서들이 춤을 추다가 삼매에 들면 그 몸을 만진 환자가 병이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는데 아름다운 춤 속에서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의 선(禪)이 갖고 있는 집중된 삼매를 경험하는 허리가 구부정한 스텝스텝의 치유무용가, 새 모양을 한 의상 속에서 포근히 자유롭게 날고 있는 한 사람을 상상해 보면, 접신과정에서 무당춤을 추던 우리나라 전통 무희들의 혼을 다한 살풀이 춤들이 한 영상으로 대비된다. 전통사회에서의 치유란 이렇게 신령스러운 에너지와 결합되어 세속을 떠나는 육체와 혼의 종합이탈이며 인간의 모든 감각 조건을 대 수술하는 무속춤은 바로 그러한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진 종합창작임을 노라춤은 암시해주고 있다 하겠다.

함께 하나로 호흡을 맞춘 관객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비극적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중국 무술에서만 나올 수 있는 모든 동작 형태의 원곡선과 절제, 강한 순간 정지,호들갑을 떠는 대칭된 형태의 동작과 대사는 우리가 배우면서 자란 서양 오페라하고는 완전히 달랐는데 무대인으로써의 한 인간이 만들어지기까지 열덟 살, 아홉 살 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어려운 기본 동작을 익히도록 만드는 중국의 현실을 비추어 살펴볼 때 오랜 세월 만들어진 진정한 프로란 저런 것이구나를 역시 느끼게 해 주었다. 표정과 호흡, 들어 올린 발의 허공에서의 완벽한 정지, 그와 동시에 펼쳐지는 연기, 그리고 몸을 위태롭게 비스듬히 하면서도 노래하고 표현하는 풍부한 표현력은 중국과 가까운 동양인으로서의 자부심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이번 아판 공연은 그 이외에 일본의 전통 무용 동작을 단순하게 개발하여 치매나 뇌졸중 환자에게 반복시키는 보다 실천화된 치유무용도 선을 보였는데 무용예술이라고 하기보다
그것은 병원에서 환자들과 함께 현실에서 행해지는 무용으로 실제로 지금 어떻게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시키기 위하여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이번 치유예술 테라피란 주제를 내걸고 열린 제 6차 아판행사는 생명나눔실천회를 돕기 위한 자선행사의 형태를 띄었는데 대원사에서 주최한 만큼 한국의 사찰과 국제 무용이 만나는 뜻깊은 불교 행사가 되었고 예술과 종교가 우리들의 정서적으로 억압된 내면을 풀어헤치고 치유하는데 같은 길을 가고 있으며 서로 영감을 얻고 하나의 길을 다른 방식으로 가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어 감사한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고 시선을 집중하면 일상생활에서 치유형태를 띄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차원높고 오랫동안 창조적으로 계승되어온 아시아의 전통예술이 새로운 방향을 설정한 예술가 그룹에 의하여 이곳 광주에 와서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대하여 광주인으로써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두의 조화로운 발전을 기원하며 그 발전 속에서 문화가 치유되고 창조되기를 또한 바랄 뿐이다.

* 이 글은 무일화법우님의 공연 관람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