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부터 시작된 공연의 첫 순서는 거제도 작은 예수회 엘레사벳 수녀님과 그곳의 장애인들이 꾸민 풍물공연. 어딘가 좀 엉성하고 박자도 틀리고 해서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런가보다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장애아들이라고 수녀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들이 보여준 춤 공연(막춤?)또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기 위해 편치않은 몸으로 연습을 하고 몸을 다졌을 거라 생각하니 수녀님 이하 모두가 다시 보인다. 함께 생명을 꾸려나가는 그들의 어울림에 그날 대중들은 모두 박수를 보내며 저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음을 눈 앞에 확인하였다.

한국의 전통무예 수벽치기 시연은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맥을 잇고 있는 우리나라에 몇 분 안 되는 사범님들의 수벽치기를 차분히 보고 있으면 고구려부터 면면히 내려온 조선무술의 일맥을 알게 된다.조용하면서도 곧고 그러면서도 내공의 힘을 모아 차분히 뻣어나가는 일면 단순한듯한 곡선의 동작은 오랜 세월 심신을 수련한 선조들의 우주적 몸체 단련과 그 창조가 저리도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았음에, 그러면서도 땅과 하늘의 힘을 조화시키는 그 과학성을 겸비하였음에 놀라게 된다. 오는 5월중 어느 TV의 대하사극 장길산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주인공이 수벽치기를 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지금 열심히 수련 중에 있다고 하니 그것을 계기로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무예 수벽치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조상님들의 슬기가 이 땅에 다시 뿌려지고 복원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러는 와중에 무대는 차려지고 광주에 의사님과 많은 비전공자들이 실내악을 너무 사랑해서 모이지 않을 수 없어 구성되었다는 ‘무등실내악단’의 봄밤 야외 연주가 ‘바발디의 사계’중 ‘봄’으로 그 막을 올렸다. 모차르트 현악 4중주 아니네 클라이네 라하트 뮤직등 그 이름을 외울 수 없는 곡들이 차분이 연주되었는데 낮에 따뜻한 봄 햇쌀이 어디에도 녹아있지 않은 산사의 밤은 금방 사람들을 오싹거리게 했다. 따뜻한 우동국물이라도 먹고 싶은 이 밤에 얇은 봄옷을 입고 연주하는 연주자들은 그 소리에 귀를 귀울이느라 추위도 모르는지 그 긴 시간을 지휘자의 손끝에 맞추어 자신의 악기를 울려대었는데 밤 늦은 시각 끝까지 객석을 떠나지 못하던 사람들의 우렁찬 박수를 받으며 그 날의 아름다운 실내악 무대는 모두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뒤 돌아 보름달을 바라보며 또 한번 박수를 보내었다.

이번 주 토요일 4월 11일에는 벚꽃길 달리기 전야제 행사로 인도의명상음악과 포엠 콘서트, 시와 노래가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또 다른 흥취를 느끼게 하는 명상과 봄 밤의 어울림을 가득 느기며 모두 부족함이 없는 이 산하의 봄 벚꽃을 흠뻑 가져가시기를!

* 이 글은 무일화법우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