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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순부터 시작된 대원사 벚꽃길은 4월 10일까지 절정을 이루었는데 11일 달리기 대회를 앞두고 저 꽃잎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며 가슴을 조였더니 다행히 바람도 일지 않고 비도 오지 않고 서늘한 날들이 계속되어 4월 11일 무사히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전날 토요일 밤 대원사에서는 신기한 음악회가 열렸다. 일명 포엠콘서트. 시하나 노래하나 그룹이 무대를 배경으로 실험적이며 독특한 시 낭송과 음악을 선사하였고, 또한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앙상블 맴버가 무대위에 올라와 쉽게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퓨전음악을 환상적인 선율로 그날 그 벚꽃의 밤을 꽃빛 물감으로 물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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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박물관 앞에 차려진 최첨단 조명과 음향시설을 갖춘 콘서트 무대에서는 뒤에서 영상자료를 쏘면 화면에 시와 관련된 화폭이 펼져지며 복효근 시인의 ‘소리물고기’ 이정록 시인의‘보석달’ 장석남 시인의 ‘내 발자국의 표정’이 독특하게 우리의 가슴 속에 와 닿도록 연출되었는데 각 시마다 다른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거기에 맞는 영상화면이 바뀌면서 종합적으로 우리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포엠콘서트는 상당히 깊이 있고 획기적인 방식으로 시를 대중에게 선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시가 대중과 유리되어 싸구려 통속적이며 표피적인 상상력밖에 남은 것이 없는 껍데기 시들이 남루하게 우리들의 혀를 적시는 이 시점에서 진실로 시의 예술성을 간파한 ‘시하나, 노래 하나’ 팀은 시를 어떻게 하면 종합예술의 메카로 올려놓을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자 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어 그 앞날이 주목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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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리, 박양희, 오영묵,이라고 하는 안목과 전문성 예술성을 고루 갖춘 창작음악팀에 의해서 또한 시들이 노래로 제작되어 은은한 각각의 악기와 함께 연주되고 불려지기도 하였는데, 한보리씨가 부른 박남준 시인의 ‘떠도는 무렵’ ‘메아리 부르지 않는다’ 허설씨의 ‘외로운 밤이 그대의 창가에’ 청허당 선시 ‘옛절을 지나며 ’ 박양희 오영묵씨가 부른 한용운 시인의 ‘꿈과 근심’ 정호승 시인의 ‘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는 가수에 의해서 시의 운율을 살리고, 감정과 환상의 배경음이 덧붙여질 때 시가 진정 詩로 우리들의 가슴 속에 꽃을 피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 주어 기뻤다.
또한 ‘크로스 오브 허브’라는 팀의 이름을 내걸고 바이올린 임정식, 오보에 방극만, 두 분의 앙상블 연주가 이어졌는데, 청바지를 여러군데 찢어놓고 올라온 바이올리니스트는 현대풍에 맞는 ‘비둘기’‘라 팔라마’ ‘진주 조개잡이’ ‘추억’ 등을 오보에와 함께 선보이며 우리들의 숨을 거의 끊어놓다시피 하였다. 저렇게 멋진 연주를 하려고 저 사람은 저렇게 케쥬얼한 복장으로 자유로운 포즈를 취해가며 그저 저녁밥 먹고 줄 한번 맞추듯 씩씩 악기를 흔들고 있는가? 오보에를 불고 있는 방극만 연주자 역시 덥수룩한 털 수염을 기르며 순박한 표정으로 너무나 쉽게 저리 아름다운 음을 내고 있으니 저들은 필시 노련한 재야 예술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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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눌러쓰고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는 한보리씨나 임신복같은 인도풍 옷을 걸치고 차분히 무대가 만들어 지는 배경을 명상하듯 설명하는 박양희씨나 옆집 아저씨같이 기타 하나 둘러메고 마냥 웃으며 서 있는 오영묵씨나 모두 그저 그런 일 없는 나들이에서 쉬고 있는 길 위의 예술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언제나 만나면 편안하게 뒷 이야기 할 수 있는 티 안 내고 밥먹듯이 예술을 하는 예술의 물이 환하게 들어있는 그냥 작은 거인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광주 지역에 이런 분들이 매달 소박하게 무대를 만들고 새로운 소식과 문화를 전하고 있다고 하니 가까운 곳에서 가까운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는 광주 시민들의 우매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날은 특히 4월 초파일 기념 ‘청화스님’에 대한 다큐멘타리를 찍기 위해 내려온 KBS촬영팀이 함께 했는데 그 촬영을 위해서 다시 연지문으로 앵콜 무대를 옮기고 바람 한점 없는 한적한 연못과 또 만날 수 있어 과거 수자음악회의 화려한 밤들을 떠 올리게 했다.
그 모든 것 어디로 갔는가 생각해 보니,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뒤에 숨은 노련한 느낌으로 연못의 수면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 숨 쉬고 있는 듯 하여 대원사의 2004년도가 또한 화려하게 밀려 오는 듯 새로운 체험의 환희에 가슴이 환해진다. 경험은 경험한 자의 몫이며 걸어간 만큼 또 걸어갈 길이 보인다. 산사에서의 문화예술,그 씨앗을 뿌리는 길목에서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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