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희기자의 인도문화 탐방><3>칼마 카규파 시킴(Sikim)의 룸텍 사원
티벳 불교사원 '200년 역사의 향기'
제16대 카르마파 사리 보관도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사원 휴게 장소 룸텍사원 담장

시킴은 그 목적이 산악 등반이건 아니면 종교적 순례이건 간에 언제나 여행자의 마음에 동경을 불러 일으켜 온 곳이다. 무려 해발 8천586ｍ 높이의 드높은 칸첸중가(Kanchenjunga)는 `위대한 설원(雪原)의 다섯 보물'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을 찾은 최초의 인간은 등산가였다. 두 번째로 이곳을 찾은 사람은 단순한 산악 등반이 아니라 이곳에 자리잡은 불교 사원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곳의 불교 사원은 티베트 불교의 카규파(Kargyupa) 종파에서 최고의 영적 지위라고 간주되고 있는 카르마파(Karmapa)의 전통적 주요 사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킴의 수도인 `갱톡'은 `높은 언덕'을 의미한다. 해발 1천547ｍ 높이에 위치한 이곳 갱톡에서는 라미풀(Ramipul) 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갱톡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이곳을 에워싸고 있는 웅장한 칸첸중가 산맥 덕분에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웅장했던 옛도시의 영화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하루하루 마치 버섯처럼 퍼져나가는 콘크리트 빌딩 건축 붐 때문에 예전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시킴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룸텍(Rumtek) 사원과 그 곳의 달마 차크라 센터를 방문하기 위함이다. 갱톡에서 24㎞ 떨어져있는 룸텍 사원으로 향했다. 보통 유명한 사원을 방문할 때면 으레 부딪히게 되는 단체 관광객들은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룸텍 사원은 원래 제9대 카르마파 왕축 도르제(Wangchuk Dorje)에 의해 1740년에 세워졌으며 1959년 제16대 카르마파가 중국의 티베트 점령을 피해 이곳 시킴에 도착했을 때 재건되기 시작했다. 제16대 카르마파가 이 사원에 도착했을 때 사실 사원은 거의 폐허상태에 처해 있었지만 그는 사원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대신 이 사원을 되살리기로 결정 내렸다고 전해진다.
그는 이 사원과 사원 주변의 환경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많은 매력을 지녔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평화로이 흐르는 시냇물, 사원 뒤로 당당히 솟아있는 산들, 그리고 마치 하얀 모자를 쓴 듯 눈으로 쌓여있는 산의 정상, 그리고 사원 저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모두가 이 룸텍 사원을 더 더욱 소중한 곳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건에 들어간 지 4년이 지난 후 사원에는 카르마파의 티베트 주요 거주지였던 쭐푸(Tsurphu)로부터 가져온 불교 유물들이 장식되기도 했다.
사원 중앙으로 걸어가던 나의 눈엔 마침내 푸르른 숲에 둘러싸인 룸텍 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룸텍 사원은 시킴 주(州)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이다. 사원 건물 옆으로는 스님들께서 거주하시는 건물이 넓은 정원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 정원에서는 티베트 불교력에 근거해 중요한 날로 간주되는 날에는 라마승들에 의한 춤 공연이 벌어진다. 4층 건물로 이루어진 사원의 꼭대기 지붕에는 금으로 된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다. 상서롭지 못한 기운에 대항한 승리를 상징하는 여섯 개의 금속으로 된 기(旗)가 동서남북 사방에 놓여져 있다. 붉은 색 기둥에는 비단으로 된 깃발들과 오래된 탕카(괘불화掛佛畵 혹은 탱화)들이 걸려있다. 사원의 가장 큰 법당의 양쪽으로 불교 경전 모음집이 놓여져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들이 산스크리트어에서 티베트어로 번역돼 있고 부처님의 가르침들에 대하여 고대 인도인들이 언급했던 말들이 모아져 있다. 높이 3ｍ에 이르는 불상은 법당의 뒤에 놓여져 있다.
또 불상 앞에는 카르마파의 보좌가 설치돼 있고, 새로이 세워진 법당 앞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스투파가 서있다. 그 안에는 제16대 카르마파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룸텍 사원을 둘러본 뒤 평소 느낄 수 없었던 티벳불교의 진한 여운이 물밀 듯 밀려왔다. 그래서 룸텍사원은 신들의 영원한 삶만큼이나 오랫동안 행복을 꿈꿔볼 수 있는 본향(本鄕)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