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대장엄경 제 9권

지바하라 한역

 

<악마를 항복받는 품(降魔品)>

 

그 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리라. 보살이 보리좌에 앉은 뒤에 생각하기를,

<나는 이제 정각을 이루어야 하겠다. 악마왕 파아피이야스(波旬)는 욕심세계에 살고 있는 이 가운데서 가장 높고 뛰어났으니 여기에 불러와서 항복을 시키리라. 또 욕심세계에 있는 하늘들과 악마 파아피이야스의 모든 권속들은 오랫동안 선한 업을 쌓은지라, 나 사자가 유희함을 보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낼 수 있으리라. >

고 한 뒤에, 눈썹 사이의 백호상(白毫相)광명을 놓았는데 그 광명의 이름은

악마를 항복 받음(降服魔怨)이었으며, 四천대천 세계를 두루 비추면서 곁들여 악마 궁전을 비추었나니, 악마왕 파아피이야스는 광명 속에서 이와 같은 게송을 들었느니라. “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깨끗한 사람

오랜 세월 지나면서 수행이 원만했나니

바로 그는 샤아캬인데 왕위 버리고

지금 현재 보리장에 앉았느니라

 

그대 몸은 큰 용맹이 있다고 하니

나무 아래 나아가서

서로 겨루어 보라

그 사람은 이미 저 언덕에 도달하여

자신을 제도하고 남도 제도하리라

 

세 가지 악을 죄다 없애버리고

사람과 하늘들을 더욱 만족시키나니

만약 보리 증득되게 놓아두며는

머지 않아 그대 지경은 텅 비리라

 

어리석고 어두우며 성내는 것들

죄다 녹여 없애서 남음 없게 할 것이며

그는 꼭 단이슬 문을 너르게 열터인데

그대들은 지금 어떤 계획을 할 것이냐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악마왕 파아피이야스는 이 게송을 들은 뒤에, 또 꿈 속에서 서른 두 가지의 상서롭지 못한 형상을 보았느니라.

첫째는 그의 궁전이 죄다 캄캄해져버리는 것을 보았으며,

둘째는 그의 궁중에 모래와 조약돌과 티끌이 곳곳에서 날아 오르는 것을 보았으며, 셋째는 그의 궁전이 파괴되어 가시 나무가 나고 쓰레기가 가득 차는 것을 보았으며, 넷째는 저절로 놀라며 두려워서 불안해 하여 지리저리 내닫는 것을 보았으며, 다섯째는 저절로 보배 관이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풀려 헝클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여섯째는 그 동산 가운데 나무에 꽃과 열매가 없는 것을 보았으며, 일곱째는 저절로 머리가 깨져서 뇌가 땅에 흐르는 것을 보았으며, 여덟째는 자기의 마음이 몹시 괴로워지는 것을 보았으며,

아홉째는 그의 동산 가운데 나무의 가지와 잎이 말라 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열째는 그의 못과 우물이 모두 말라버리는 것을 보았느니라.

열 한째는 그의 궁중에 앵무새와 사리(舍利)와 가릉빈가며 공명 등 여러 새들의 날개죽지가 꺾여 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열 두째는 그의 궁중의 종과 북, 거문고, 비파, 소저, 퉁소며 공후의 갖가지 악기들이 죄다 끊어지고 부서져서 땅에 내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으며, 열세째는 그의 친척이 근심하고 괴로워하여 손을 올려 머리를 치며 한탄하고 서 있는 것을 보았으며, 열 넷째는 저절로 그의 몸이 평상 아래 떨어지며 머리와 얼굴에 상처가 나는 것을 보았으며, 열 다섯째는 그의 여러 아들에서 위력이 있는 이들이 보리장에 나아가 보살에게 예배하는 것을 보았느니라.

열 여섯째는 그의 딸들이 슬피 울며 몹시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열 일곱째는 저절로 그의 몸의 의복에 때가 끼는 것을 보았으며, 열 여덟째는 저절로 그의 몸이 파리해지며 머리에 먼지와 흙이 끼는 것을 보았으며, 열 아홉째는 그의 누각의 창문이 죄다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았으며, 스무째는 그의 군사, 장수, 귀신인 야차, 나찰, 구반다들이 죄다 머리가 끊어져서 어지럽게 흩어져 땅에 있는 것을 보았느니라.

스물 한째는 그의 구슬과 보배와 영락이 불에 타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두째는 욕심 세계의 四대천왕과 석제 환인이며 타화자재천들에 이르기까지 보살을 향하여 서서 우러러 보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셋째는 그 자신이 적을 맞아 싸우는데 칼을 뽑아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넷째는 그 자신이 미워지고 다시 미운 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다섯째는 그의 주위에 거느리고 있는 사람과 자기의 권속들이 죄다 배반하며 버리고서 떠나가는 것을 보았느니라.

스물 여섯째는 길상병(吉祥甁)이 모두 깨어지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일곱째는 나아라다(那羅天)가 상서롭지 못한 음악을 부르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여덟째는 기뻐하는 신이 기쁘지 않다고 일컫는 것을 보았으며, 스물 아홉째는 공중이 어두워지고 연기와 안개가 곳마다 가득히 차는 것을 보았으며, 서른째는 궁중을 보호하는 신이 소리 높여 크게 통곡하는 것을 보았으며, 서른 한 째는 자재롭던 것이 모두 자재롭지 못한 것을 보았으며, 서른 둘째는 저절로 그의 궁전이 진동하며 불안해지는 것을 보았느니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악마왕 파아피이야스는 꿈을 깨고 나서 온 몸을 덜덜 떨며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서 그의 대신들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공중에서 나는 말소리를 듣자 하나 <샤아캬 성바지의 태자가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며, 고행한지 六년에 보리좌에 앉아서 정각을 이룰 것이요, 그의 도가 만약 이루어지면 반드시 나의 지경을 비우리라>로 하는데, 너희 군사들은 그 장소에 가서 꺾어 물리쳐야 하겠다.>

라고 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큰 병사들 거느리고서

보리나무 아래의 사문을 제압하라

여러분이 만일 나를 사랑하고 공경하면

그와 싸워서 빨리 도망가게 하여라

 

그의 뜻은 이제 나의 지경을 비워서

연각과 성문이 되게 하리니

만약 멸망시켜 영영 끊게 못하면

세간에 부처 될 이 끊어짐이 없으리라

 

 

그 때 악마왕의 병사를 주관하는 대신이 파아피이야스에게 간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대왕께서 거느리는 五대 천왕과

八부의 모든 용과 신들과

욕계, 색계, 하늘들이 범왕, 제석 따라서

모두가 예배하며 그에게 귀의하며

 

왕의 아들들은 훌륭한 지혜 있고

용맹한 힘 세간에 견줄 이가 없으며

왕의 군사는 八十유순에 가득히 차고

야차와 나찰이며 모든 귀신이

비록 왕의 곁의 좌우에 있지마는

늘 그 허물 없는 사람을 공경합니다.

모두 다 합장하고 존중만 내며

사사르는 향과 꽃을 바쳐 올린데

나는 이런 일과 형상 보고 나서는

꼭 보살이 왕군을 이길 줄로 압니다

 

왕의 병사들이 사는 데서는

수알치새 야간(野干)의 괴한 소리 나지마는

보리나무 아래는 아주 깨끗하며

상서로운 짐승들의 화창한 음성 나매

이런 길한 형상이라 그는 꼭 강하리니

나는 보살 살피건대 누가 능히 이기겠소

 

또 왕의 군사들이 사는 데서는

늘 모래 조약돌과 먼지가 내리지만

보리나무 아래의 성인이 산 데서는

하늘의 향 꽃으로 죄다 가득 쌓였소

 

왕의 군사 사는 땅은 높고 낮아서

모래, 기와, 조약돌 등 모두가 가득 찼지마는

보리나무 아래는 아주 넓고 펀펀한데

다시 七보로써 잘 꾸몄습니다.

 

만약 이러한 앞의 형상 보고 나면

지혜 있는 이라면 꼭 돌아올 것이며

이와 같은 장엄이 죄다 두루한지라

보살은 반드시 정각을 이루리다

 

대왕이 만약 신의 간언(諫言) 안 쫓으면

꿈에 보신 대로 끝내 거짓 없으리니

대왕은 선인(仙人)을 범할 수 없고

병사 거둬 본고장에 돌아와야 합니다.

 

옛날 어떤 왕이 선인을 건드리매

한 나라를 저주하여 죄다 재가 되었으며

과거의 어떤 왕의 이름은 정덕(淨德)인데

라사(羅闍) 큰 선인의 뜻을 거스르매

그에게 오랜 해를 아주 가물게 하여

숲들과 농사가 모두 익지 못했소

 

왕은 어찌 베다의 일을 듣지 못했소

서른 둘의 모습은 반드시 부처 되며

눈썹 사이의 백호상(白毫相) 광명에서

시방의 부처 나라 널리 비추시거든

하물며 왕의 이 군사 같은 것들을

그가 어찌 그가 항복할 수 없겠습니까

 

볼 수 없는 정수리 하늘 끝을 지나가서

하늘들도 마침내 볼 수가 없었고

수행하여 저 미묘한 과보 이룰 것이므로

세간에서 못 듣던 것 이제 들을 것이며

수미산과 그리고 여러 산들은

모두 보리나무에 머리 조아립니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오랜 겁으로부터 닦아 익혀 이룬지라

혼자 앉아 왕의 군사 깨뜨릴 수 있으리니

모두 이는 훈수(薰修)한 선한 뿌리 힘입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파아피이야스는 그 대신의 이러한 게송을 듣고, 그 마음이 답답하고 어지럽는지라, 다시 천의 아들을 불렀는데, 그 五백의 아들들은 청렴 결백한 무리인데 악마왕의 오른편에 있으면서 보살에게 귀의하였고, 그 五백의 아들들은 컴컴한 무리인데 악마왕의 편에 있으면서 악마왕을 찬조하였느니라.

이에 파아피이야스는 여러 아들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한 마음으로 꾀하여 무슨 방법과 계획을 써서 그를 꺾어 항복시켜야겠다.>

라고 하자,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도사(導師)인데 파아피이야스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잠자는 용과 취한 코끼리와 큰 사자인

세 짐승은 사나워서 대기조차 어렵거든

하물며 이 선정의 힘 지니신인데

누가 능히 저 큰 모니(大牟尼) 침범하리요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악혜(惡慧)인데, 역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내가 만약 사람 보면 반드시 빠개지고

내가 이제 나무 보면 나무 역시 꺾어지며

부릅뜨며 보는 곳은 온전한 것 없으므로

만나서 목숨만 엿보아도 끝내 살기 어려우리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미음(美音)인데, 또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사람 바로 굳지 못해 빠갤 거리 못되며

나무는 헤식어서 마음대로 능히 꺾고

비록 네가 부릅떠 수미산을 허물어도

어찌 능히 눈을 들어 보살을 쳐다보리

 

설령 어주 잘 떠서 큰 바다를 지나가고

단숨에 큰 바다를 마실 수 있다 하자

이러한 일들은 절로 될 수 있거니와

악을 품고 보살을 볼 수도 없으리라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백비(百臂)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는 지금 한 몸에 팔이 백 개 있는데

낱낱이 다 백의 화살 쏠 수 있사오니

대왕은 가기나 하고 근심할 것 없으며

이러한 사문쯤은 해칠 거리도 못됩니다.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묘각(妙覺)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비록 너의 한 털이 한 팔이 되었고

낱낱이 다 백의 화살 쏠 수 있다고 하여

너 스스로 이것을 뛰어났다 하거니와

어찌 보살의 한 털인들 다치리요

 

모니(牟尼)의 정력(定力)과 출세(出世)의 자비는

독과 불과 병정 칼로 해칠 수 없나니

몽둥이와 칼을 가져 악을 하려 하며는

공중으로 흩어지며 죄다 꽂다 꽃이 되니라

 

비록 또 천인과 아수라들과

야차와 나찰이 큰 힘 있다 하지마는

마침내 인욕에 눌린 바 되어

위엄 있던 세력이 약해져 버리니라

 

 

왼편에 악마의 이름은 엄위(嚴威)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능히 비구 몸에 들어가서

불이 되어서 온통 태워버리리니

이를 테면 산 불이 마른 나무를 태워

온갖 숲들 남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이 하리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선목(善目)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계의 수미산을 태워 없앨 수 있되

금강의 지혜는 참으로 못 태우며

산 옮기고 바다 말리고 대지를 녹이며

해와 달을 공중에서 모두 떨어뜨려도

중생을 이롭히며 도나무에 앉았을 제

보리 아직 못 증(證)하면 끝내 못 옮기리라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오만(傲慢)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이제 여기에서 손으로 어루만져

해와 달의 궁전을 죄다 부서버리며

또 저 四대해(大海)를 마셔버리어

속을 모두 비워서 말릴 수가 있는데

사문을 바닷물에 던질 터이니

대왕은 이것으로 근심하지 마소서

 

병사들을 빌려서 물리칠 것 없으며

나 혼자서 그를 녹여 없앨 수 있나니

이제 보리나무를 꺾어버리고

사문을 집어다 시방에 던지리다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유신(有信)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가사 힘으로 삼천 세계 부수는

이러한 큰 힘이 항하 모래에 가득해도

보살의 한 털도 움직이지 못하거니

어찌 지혜 있는 이를 다칠 수가 있겠는가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가포(可怖)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이 같은 사문쯤은 두려울 것 없으며

그는 패도 없거니와 혼자 있으므로

무서워서 시방으로 이제 도망할 터이요

대왕 병정 강한데 무엇이 두렵소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일연혜(一緣慧)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해와 달과 사자에 어찌 병정 있으며

전륜왕의 위세에도 대중이 필요 없고

모든 보살에겐 군사란 것 없어서

한 몸과 한 생각에 악마 군사 깨뜨리오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구악(求惡)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원컨대 대왕은 근심 걱정 마소서

제가 이제 여러 무기 갖지는 않았지만

코로써 그 사문을 말아 가지고

이에 두드려서 부서 없애겠습니다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공덕장엄(功德莊嚴)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 사람의 몸과 힘이 매우 굳건하여서

나아라아야나(那羅延)같아 파괴할 수 없는데

더군다나 인욕 지녀 투구로 삼고

부지런히 정진 행해 칼날로 삼았으며

 

세 가지 해탈로써 탈 것을 삼고

지혜로써 조화하여 다스림을 삼았나니

보살은 이 복덕의 힘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우리 악마 군사를 꺾으리다.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불퇴(不退)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마치 세찬 화살이 돌아오지 아니하고

산 불이 바람 따라 그치기가 어려우며

벼락인 금강(金剛)이 돌아옴이 없음 같이

샤아캬 꺾지 못하면 끝내 안 돌아오리

 

 

오른편에 악의 아들 이름은 낙법(樂法)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찬 화살 돌 맞으면 더 나가지 못하고

사나운 불 물 만나면 반드시 꺼지며

벼락이 땅에 닿아 어디로 갈 것이냐

만약 보살 만나면 절로 돌아오리라

 

대왕은 차라리 허공을 없애고

중생들의 마음을 하나되게 할 수 있고

줄 가지고 해와 달을 맬 수가 있는 등

이 같은 일 모두를 할 수는 있지마는

보살이 보리좌에 앉아 계신 것만은

대왕께선 기울거나 움직일 수 없으리다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부적정(不寂靜)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나의 눈은 독이 있어 보기만 해도

수미가 무너지고 발해(渤澥)가 마르는데

사문과 도의 나무쯤이야말로

겨우 볼 때 죄다 재가 될 줄 아세요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일체이성(一切利成)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가사 저 三천 세계를

그 안이 모진 독으로 다 되었다 하여도

공덕의 갈무리께서 만약 보며는

뭇 독을 독이 없게 능히 합니다

 

모든 독에 三독(毒)보다 넘을 것이 있겠소만

三독이 그의 신심(身心)더럽힐 수 없으며

보살은 본래 절로 허공과 같거니

대왕은 부디 경솔하게 가지 마소서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희착(喜著)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잘 꾸민 만억의 여러 천녀가

백천의 미묘한 풍류 아뢰며

꾀어서 자재궁(自在宮)에 데려 들어와

욕심대로 그를 영영 탐착되게 하며는

대왕은 이 때문에 자재함을 얻으리니

원컨대 이것으로 근심하지 마소서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법혜(法慧)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가 즐기는 것은 비법(非法)이 아니라

해탈과 여러 가지 선정만이 있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즐겨 자비 향하므로

그러한 五욕(欲)에 탐착함이 없으리다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전다라(㫋陀羅)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대왕께선 아들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그 소리 외치면 다 꺾여 깨지리니

아울러 씩씩하고 재빠른 힘 지니어

빨리 거기 가서 사문을 없애소서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사자후(師子吼)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야간(野干)이 큰 못에서 떼지어 울었을 뿐

사자의 울음만은 아직 듣지 못했거니

만약 한 번 사자의 울음을 듣게 되면

저절로 내달으며 시방으로 도망가리

 

이와 같이 일체의 지혜 없는 악마는

사람 안의 사자 울음 아직 듣지 못한지라

헛되게 말질하며 중지함이 없지마는

만약 듣게 된 뒤에는 다 스러져 없어지리

 

 

왼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악사(惡思)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어찌 우리 군사들을 못 보았으리

나의 나쁜 생각이면 빨리 이룩되거늘

세간의 지혜 없는 이가 아니라며는

어찌 빨리 일어나서 도망가지 않으리요

 

 

오른편에 악마의 아들 이름은 선사(善思)인데, 다시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가 앎이 없고 힘 없는 것 아니요

네가 절로 어리석고 좋은 재능 없으며

너는 지금 그의 좋은 수단을 모르는데

그는 지혜로써 너를 항복하리라

 

우리 악마 아들들의 항하 모래 무리들은

이와 같이 용맹하여 三천계(千界)에 두루하나

보살의 한 털끝도 움직이지 못하리니

어찌 나쁜 생각쯤으로 다칠 수가 있겠느냐

 

그에게는 나쁜 생각 낼 수가 없으며

존중하며 깨끗한 맘 일으켜야 하리니

그는 곧 三계의 법왕이시매

그대들은 물러나와 싸움하지 마시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악마왕은 그 때 또 여러 딸들에게 명하여 말하기를,

<너희 여러 딸들은 함께 저 보리나무 아래에 가서 이 샤아캬 태자를 꾀어 그의 깨끗한 행을 무너뜨려야 하리라>고 하자, 이에 악마 여인들은 보리나무에 나아가 보살의 앞에서 아름다운 말과 아름다운 자태 서른 두 가지로써 보살에게 아양을 떨며 유혹시켰나니, 첫째는 눈썹을 쳐들고 보면서 말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요, 세째는 얼굴을 숙이고서 웃음을 머금는 것이요, 넷째는 서로 희롱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서로서로 쳐다보는 것이요, 일곱째는 입술과 입을 가리며 감추는 것이요, 여덟째는 아양부리는 눈으로 곁눈질하여 보는 것이요, 아홉째는 새색시처럼 가늘게 뜨고 보는 것이요, 열째는 공경하여 절하며 뵈는 것이니라.

열 한 째는 옷으로 머리를 덮는 것이며, 열 두 째는 번갈아 서로 꼬집고 때리는 것이며, 열 셋째는 귀를 기울여서 거짓 듣는 척하는 것이며, 열 넷째는 앞에서 마중하며 걷는 것이며, 열 다섯째는 넓적다리와 무릎을 드러내 놓는 것이며, 열 여섯째는 혹은 가슴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며, 열 일곱째는 옛날에 은혜와 도타운 애정으로 희롱하고 웃으며 잠자리하던 일을 생각하면서 음욕스런 모양을 보이는 것이며, 열 여덟째는 혹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자태를 자랑하듯 하는 것이며, 열 아홉째는 움직거리기만 하면 광채가 나오는 것이며, 스무째는 언뜻 기뻐했다가 언뜻 슬퍼하는 것이니라.

스물 한째는 일어나기도 하고 앉기도 하는 것이요, 스물 두 번째는 혹 때로는 간섭할 수 없을 만한 엄숙한 기운을 짓는 것이요, 스물 셋째는 바른 향기가 몹시 나는 것이요, 스물 넷째는 손에 영락을 쥔 것이요, 스물 다섯째는 혹은 목덜미를 덮으며 감추는 것이요, 스물 여섯째는 천연스럽게 보이는 것이요, 스물 일곱째는 앞을 물러나와 가면서 보살을 돌아보는 것이요, 스물 여덟째는 눈을 떳다 감았다 하면서 살피는 바가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이요, 스물 아홉째는 발걸음을 돌려 똑바로 가면서 거짓 보지 않는 것 같이 하는 것이요, 서른째는 음욕하는 일을 찬탄하는 것이요, 서른 한 째는 아름다운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요, 서른 둘째는 뒤를 돌아보며 걸면서 곁눈질을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것들이 아양을 떨며 유혹하는 일이었으며, 또 읊조리는 말로써 보살을 희락으로 부추기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초봄의 화창하고 따뜻한 좋은 시절에

뭇 풀과 숲과 나무 모두 피어 무성하매

장부로서 즐기려는 마땅한 때이니

한 번 한창 때 버리면 다시 하기 어렵네

 

그대 비록 단정하여 얼굴빛이 곱지마는

세간의 五욕(欲) 또한 구하기 어렵거니

이 좋은 경계에서 즐겨 놀 수 있거늘

무엇 하러 저 보리의 법을 즐기오

 

우리 여러 여인들은 하늘의 과보 받아

그 몸이 미묘하여 모두 볼 만하며

이와 같은 하늘 몸은 구할 수가 없거늘

그대 이제 과보로 받아야 하오리다

 

신선들도 우리 보면 음탕한 맘 내거늘

하물며 사람이야 욕심이 없겠소

저 선정 닦아서 끝내 무엇 하려오

보리의 법은 아주 까마득하나이다.

 

 

그 때 보살은 저 홀리는 말을 듣고 마음에 가엾이 여기어 곧 미묘한 게송으로써 그 악마 딸들을 교화하였느니라.

 

나는 보되 五욕은 허물이 많은지라

이런 번뇌 때문에 신통을 잃나니

마치 불의 구덩이와 독을 담은 그릇에

중생들이 나아가며 깨닫지를 못함 같다

 

나는 오래 이미 모든 번뇌를 떠나

자기 마음 깨치고서 다른 이를 깨치리니

세간의 五욕이 중생들을 불태움이

세찬 불이 마른 풀을 불태움과 같으며

 

아지랑이며 눈홀림과도 같이 실제가 없고

물거품과도 같이 오래 있지 못하며

어린아이 똥 속에서 장난함 같고

어리석은 사람이 뱀의 머리 됨과 같다

 

온갖 것 모두가 진실함이 없어서

이 몸도 허망하게 업을 따라 났으며

四대(大)와 五온(蘊)이 거짓 합해 이루어져

힘줄, 뼈가 서로 얽혀 잠깐 동안 있느니라

 

슬기로운 이가 누가 이것에 탐착하랴

범부가 헷갈려서 욕심을 내나니

이러한 눈홀림들 나는 이미 아는지라

그러므로 그 속에 탐착하지 않느니라

 

마침내 자재한 즐거움 구하려면

이제 여기에서 보리 증득해야 하며

나는 이미 세간을 해탈하였기에

공중의 바람을 매기 어려움 같다

 

 

그 때 보살의 몸은 녹은 금과 같고 얼굴은 만월과 같았으며, 깊숙한 마음이 고요히 안정됨이 마치 수미산이 편안히 처하여 움직이지 않음과 같았으며, 마치 밝은 구슬과 같아서 흠이 없었고 해가 처음 돋아서 천하를 비추는 것과 같았으며, 마치 연꽃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마음에 집착한 바가 없어 역시 더하거나 덜함이 없었느니라.

이 때 악마의 딸들은 다시 부드러운 말씨로 보살에게 아뢰기를,

<여보세요. 도덕이 높고 중하여 하늘과 사람이 공경하는 바라 시중이 있어야 하겠기에 하늘이 우리를 보내와서 당신에게 공양하게 하였나이다. 우리들은 나이 젊고 빛깔이 우둠바라꽃과 같사오니, 원컨대 새벽이나 밤에 일어나, 잠잘 적에 좌우(左右)에서 친히 가까이 할 수 있게 하소서.>

라고 하자, 보살이 대답하기를,

<너희들은 옛날 복이 있어 이제 하늘 몸을 얻었거니와 무상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이런데 홀려 어지럽게 함을 짓는구나. 몸뚱이야 비록 좋다 하더라도 마음이 단정하지 못함이 마치 그림 병에 모든 쓰레기와 독을 담은 것과 같아서 행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는데 무엇이 자랑거리가 되겠느냐. 너희들은 착하지 못한 짓을 하여 스스로 그 근본을 잊었으니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져야 하고 벗어나려 하여도 아주 어려우리라. 너희들은 일부러 와서 남의 착한 일을 어지럽히는구나. 가죽 주머니에 똥을 담은 깨끗하지 못한 물건들이 와서 무엇을 하려느냐. 떠나가라. 나는 기뻐하지 않노라.>

라고 하자, 그 여러 악마 딸들은 보살을 아양부리며 유혹하였지마는 할 수가 없는지라 곧 건니가꽃(建尼迦花)과 첨파꽃(詹波花)을 보살의 위에 흩으며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예배하고 떠나가 악마왕 처소에 돌아가 악마왕에게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저희들은 옛날부터 오면서 아직 저와 같은 선비는 못보았나이다. 욕심 세계 안에서 저희들이 자태를 보고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가 아양을 떨고 유혹하여 사람의 뜻을 다해버림은 마치 가물의 모의 햇볕을 쪼여 타서 마르게 함과 같고 또한 봄의 소(蘇)를 햇볕 아래 놓아두어 저절로 녹아지게 함과 같거늘 이제 이 장부는 무슨 일로 그렇게 될까요. 오직 원하옵나니, 대왕께서는 그 사람과는 같이 미워하여 틈을 만들지 마옵소서.>

하여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 몸은 마치 연꽃의 광과 같았고

그 얼굴은 마치 깨끗한 달과 같았으며

그 빛은 마치 훨훨 타는 불꽃과 같고

그 빛깔은 자마금(紫磨金)의 산과 같았나이다

 

백천의 생 동안 바른 행을 닦아서

모든 서원을 다 성취하였으며

자기도 생사를 건너고 남도 건너었나니

중생을 구제하여 게으름이 없었소

 

거룩합니다. 왕은 원컨대 그에게 성을 내지 마소서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높고 뛰어나서

눈은 깨끗하여 연꽃과 같고

기쁜 듯 미소하여 탐착이 없나니

수미산을 무너뜨리고 해와 달은 떨어뜨려도

그 사람은 기울이며 움직이지 못하리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청백부(淸白部)에 악마의 아들 도사(導師)는 그의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보살은 깨끗하여 삼계에 뛰어나고 신통과 도의 힘에 당해낼 수가 없으며 여러 하늘과 용과 신들의 모두가 함께 칭찬하므로, 반드시 대왕으로서는 꺾어 굴복시킬 수 없으리니 번거롭게 약을 지어서 스스로 화와 근심을 부르지 마소서.>

라고 하자, 이에 파아피이야스는 아들에게 말하기를,

<에끼, 너는 어리석고 작은데다 지혜가 얕고 낮아서 아직도 나의 신통과 도력을 보지 못했구나.> 라고 하므로, 도사가 다시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저는 참으로 무지하여 지혜가 얕고 낮사오나, 대왕과 그 샤아캬 태자와는 태자와는 같이 원수로 대하는 것만은 원하지 않나이다. 왜냐하면 혹은 어떤 중생이 나쁜 마음으로 와서 그를 해치려 하여도 원망하지 않으며, 또 어떤 중생이 선한 마음으로 그를 공양하여도 기뻐하지 않고 이 두 가지에서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가사 어떤 사람이 허공에 그림을 잘 그려 여러 가지 색과 형상을 짓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며, 손에 수미산을 받들고서 노닐며 다니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며, 가사 어떤 사람이 큰 바다를 떠서 건너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며, 四방이 바람을 매어 놓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옵니다.

일체 중생을 한꺼번에 한 마음으로 되게 하려는 것도 어려운 것이 아니지마는 보살을 해치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옵니다.>

라고 하는데도, 이 때 악마왕 파아피이야스는 아들의 간함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리나무에 나아가 보살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빨리 일어나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 반드시 전륜 성왕이 되어 四천하에 왕 노릇을 하고 대지의 주인이 되리라. 그대는 옛날 여러 신선들이 예언한 것을 기억하지도 못하느냐. 그대는 전륜 성왕이 되리니, 그대가 만약 전륜 왕위를 받아들이면 자재로운 주인이 되어 거룩한 덕이 더할 나위 없으며 법대로 나라를 다스리어 일체를 거느릴 터인데, 이제 이 들판이야말로 매우 무섭기 짝이 없다. 혼자 벗도 없이 그대 몸을 해칠까 두렵다. 빨리 궁전으로 돌아가서 마음껏 다섯 가지 욕심을 받으라. 보리는 얻기가 어렵거늘 공연히 스스로의 형상만 수고로우리라.>

하여 이 말을 한 뒤에 잠자코 서 있었다.

그 때 보살은 파아피이야스에게 말하기를,

<너는 이제 그와 같은 말을 하지 말라. 나의 뜻은 다섯 가지 욕심의 일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四방과 七보를 버렸느니라. 파아피이야스야, 마치 어떤 사람이 밥을 뱉은 뒤와 같다. 어찌 다시 가져다 먹겠느냐. 나는 이제 이미 이러한 과보를 버렸으니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근심을 다하리라. 파아피이야스야, 나는 이제 이미 금강의 자리에 앉아 보리를 증득하리라. 너는 빨리 가야 하리라.>

고 하자, 이에 파아피이야스는 눈을 부릅뜨고 분격하여 보살에게 말하기를,

<네가 이제 무엇 때문에 혼자 여기에 앉았느냐. 어찌 나의 야차 군사들을 못보내느냐.>

하고, 날카로운 칼을 뽑고 나와서 보살에게 말하기를,

<나는 칼로써 너를 베어버릴 테니 빨리 일어나 떠나가라. 다시는 앉지 말라. > 고 하였느니라.

그 때 보살은 파아피이야스에게 말하기를,

<가령 세간의 일체 중생들이 다 너의 몸과 같이 칼과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나를 해친다 하더라도 나는 끝끝내 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지는 않으리라. 파아피이야스야, 차라리 넷의 큰 바닷물과 이 대지를 다른 곳에 옮기고 해와 달과 별을 공중에서 떨어뜨리고 수미산을 기울이어 넘어뜨리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나의 이 몸만은 끝끝내 옮길 수는 없으리라. >

고 하는지라, 때에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이 말을 듣고 나쁜 마음이 더욱 더하여 분개하며 성을 내서 외치는 그 소리가 우리와 같이하여 야차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빨리 여러 산과 돌을 들어라. 여러 활과 쇠 뇌, 칼, 바퀴 창,

방패, 창, 도끼, 갈고리, 창 등 갖가지 병기를 가져라.>

고 하며, 여러 독룡들을 불러서는 먹구름을 놓아 우뢰와 번개며 벼락을 치게 하였느니라.

이 때 야차 대장은 자기 부대의 야차와 나찰, 피샤아차(毘舍遮), 귀신이며 구반다 등을 통솔하여 그 모양을 변화시켜 가지가지 형상으로 만들며 다시 네 병정인 상병, 마병, 거병, 보병을 차렸는데, 혹은 아수라, 가루라, 마후라가와 흡사한 한량 없는 백천만억의 종류들이 한 몸으로 많은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어떤 것은 짐승 머리에 사람 몸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사람 머리에 짐승 몸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머리는 없고 몸만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얼굴이 반만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몸이 반만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머리가 두 개에 몸은 하나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하나의 몸에 머리가 세개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하나의 몸이 머리가 많이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얼굴은 없는데 머리만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얼굴은 있는데 머리가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얼굴은 없는데 머리만 세 개가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머리는 많은데 얼굴이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얼굴은 많은데 머리가 없기도 하였느니라.

어떤 것은 또 눈이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눈이 하나 뿐이기도 하고 눈이 둘이기도 하고 눈이 셋이기도 하고 내지 눈이 많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귀가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귀가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고 귀가 셋이기도 하고 내지 귀가 많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손이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손이 하나뿐이기도 하고 손이 둘이기도 하고 손이 셋이기도 하고 내지 손이 많기도 하며, 어떤 것은 또 발이 없기도 하며, 어떤 것은 발이 하나뿐이기도 하고 발이 둘이기도 하고 발이 셋이기도 하고 내지 발이 많기도 하며, 어떤 것은 온 몸이 오직 살이 없는 뼈만이 나타나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머리는 해골인데 몸은 살져 뚱뚱하며, 어떤 것은 머리에는 살이 있는데 몸은 살이 없는 뼈뿐이기도 하며, 어떤 것은 몸은 길고 큰데 파리하여 창자가 없기도 하였느니라.

어떤 것은 또 가늘고 길면서 그 배가 가로 놓여 크기도 하며, 어떤 것은 다리가 길며, 무릎이 크고 어금니와 손톱이 날카롭기도 하며, 어떤 것은 큰 얼굴이 곁으로 나오기도 하며, 어떤 것은 머리가 가슴 앞에 있기도 하며, 어떤 것은 입술이 드리워져 땅에 닿기도 하며 어떤 것은 바지를 올려서 얼굴을 덮기도 하며, 어떤 것은 몸으로 검은 연기를 내기도 하며, 어떤 것은 입으로 세찬 불꽃을 뿜기도 하며, 어떤 것은 피요 살이 바짝 말라 가죽과 뼈가 서로 붙었기도 하며, 어떤 것은 몸에 피고름을 내어 서로가 빨아서 마시기도 하며, 어떤 것은 자신이 뼈마디를 끊어서 어지럽게 내던지기도 하며, 어떤 것은 눈이 틀어지기도 하며, 어떤 것은 입과 입술이 삐뚤어지기도 하며, 어떤 것은 혀의 모양이 넓고 크기도 하였느니라.

어떤 것은 움츠러들어서 조약돌과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람의 머리를 가졌기도 하고 어떤 것은 죽은 사람의 손, 발, 뼈, 살, 간, 담, 장, 위를 가지고 깨물어 먹기도 하고, 어떤 것은 독사를 가지고 먹기도 하고, 어떤 것은 뱀으로 목을 감기도 하고, 어떤 것은 소에 해골을 들었기도 하고 어떤 것은 해골의 다리(鬘)를 붙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또 얼굴 빛깔이 완전히 붉거나 완전히 희거나 완전히 푸르거나 완전히 누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반만 누르거나 반만 푸르거나 반만 희거나 반만 붉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연기에 그을은 빛깔이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죽은 재 빛깔이기도 하였느니라.

어떤 것은 또 몸의 털이 바늘과 같기도 하며, 어떤 것은 털에서 불꽃이 나오기도 하며, 어떤 것은 눈을 부라리기도 하고 눈을 감았기도 하며, 어떤 것은 입에서 흰 가루를 뱉기도 하며, 어떤 것은 몸 위에서 백천 개의 얼굴을 나타내는데 하나하나의 얼굴 형상은 매우 두렵기도 하며, 어떤 것은 눈, 귀, 코, 혀, 입으로부터 여러 검은 뱀을 내면서 깨물어 먹기도 하며, 어떤 것은 녹인 구리를 마시기도 하며, 어떤 것은 처란을 삼키기도 하였느니라.

어떤 것은 손발의 팔과 무릎을 따로따로 하여 다니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몸에서 연기와 불꽃을 내면서 코끼리의 머리로 산을 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머리를 풀어 뜨려 발가숭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옷을 입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자와 호랑이와 뱀이며 표범의 가죽을 입기도 하고, 어떤 것은 머리 위에서는 불이 타는데 눈을 부릅뜨고 성을 내어 이리저리 다니면서 찌르고 치기도 하였나니, 허공에 두루 차고 땅 위에 있으면서 형상이 변하여 기이한 것이야 말로 이루 다 기재할 수 없느니라.

그 여러 하늘 귀신들로서, 어떤 것은 먹구름을 펴며 우뢰와 번개와 벼락을 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모래, 흙, 기와, 돌을 비내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큰 산을 들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맹렬한 불을 놓기도 하고, 어떤 것은 독사를 뱉기도 하고, 어떤 것은 손톱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어떤 것은 칼을 휘두르기도 하고, 어떤 것은 활을 당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창으로 춤추기도 하고, 어떤 것은 도끼를 휘두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입술과 턱을 끄덕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입을 벌려 잡아 먹으려 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울기도 하였다가 웃기도 하고 어떤 것은 날기도 하였다가 달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숨기도 하였다가 나타나기도 하면서 울부짖는 나쁜 소리는 천둥으로 찢어지듯 하였느니라.

이와 같은 병사들은 한량없고 그지 없는 백천만억으로서 보리나무 변두리를 가까이 둘러 막고서 무덥게 찌면서 미친 듯이 휩쓸어 일어나는 바람으로 몰아치는지라 산악이 진동하고 강과 바다가 뒤집혀 엎어지며 하늘과 땅은 빛깔이 가려지고 별은 빛을 잃었나니, 악마의 군사가 모인 때는 그 밤의 한밤중이었느니라.

 

이 때 한량 없는 정거천들이 말하기를,

<보살은 지금 큰 보리를 증득하시느리라. >

또 어떤 하늘은 말하기를,

<악마들이 몹시 성한지라 이로 말미암아 혹시 보살이 다치기라도 하리라.>

고 하자, 그 때에 보살은 그 하늘에게 대답하기를,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서 악마의 군사들을 깨뜨려 모두 흩어져 가게 함을 마치 세찬 바람이 작고 가는 꽃을 불리듯 하리라. >

하고, 이에 단정히 앉아 생각을 바루어 움직이지 않고 그 악마 군사들 보기를 어린아이들이 장난하는 것으로 여겼는지라, 악마들은 더욱 성을 내며 전력을 증강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 돌을 들어 올리는 자는 다 들어 올릴 수 없게 하고, 다 들어 올린 자에게는 또 떨어지지 못하게 하고, 칼을 휘두르며 칼을 내던지면 공중에 머물러 있게 하고, 혹은 땅에 떨어져서 죄다 부수어져 꺾이게 하고, 나쁜 용이 독을 뿜으면 변하여 향기의 바람이 되게 하고, 모래, 조약돌, 기오, 돌, 비와 우박이 어지러이 내려오면 모조리 변화하여 쿠무다꽃이 되게 하고, 모든 활을 당겨 보살을 쏘면 그 화살이 시위에 붙어서 모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나간 것은 공중에 머물러서 그 살촉 위에 다 연꽃이 나게 하였으며, 불기운이 세찬 것은 변화로 다섯 빛깔의 쿠무다꽃으로 만들었느니라.

그 때 파아피이야스는 아직도 성내어서 독한 마음을 그치지 않고 칼을 뽑아 종종 걸음으로 달려 나가서 보살에게 말하기를,

“너 샤아캬 비구야, 만약 이 자리에 앉아서 빨리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이리라.”

고 하면서 이리저리 달리며 보살에게 가까이 하려 하였으나 나아갈 수 없었느니라.

이 때 악마왕이 장자는 나아가 그의 아버지를 붙안고 말하기를,

“대왕이시여, 이제 틀림없이 저 사문을 죽일 수는 없을 터인데, 공연히 나쁜 생각을 내면 허물만을 부르리이다.”

라고 하였지마는, 악마는 간함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보살을 향하여 달려 갔느니라.

이 때, 정거 천자가 공중에서 파아피이야스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스스로 헤아리지도 않고 보살을 해치려 하는데 마침내 해칠 수는 없을 것이니, 마치 맹렬한 바람이 수미산을 기울이나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라고 하면서, 이어 파아피이야스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의 성품인

굳고 축축하고 따뜻한 것을 어길 수는 있지마는

보살의 뜻은 단단하고 굳건하여

마침내 물러나는 때가 없으리

 

옛날에 큰 서원을 세워서

모든 번뇌를 영원히 떠났으며

저 나고 죽고 병드는 것에

큰 의왕(醫王)이 될 것이니라

 

사람들이 많이 삿된 길에 떨어져서야

바른 소견의 눈이 열리며

중생들은 캄캄한 데 있게 되어야

지혜의 등불을 켜려고 하네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려 하여

배와 떼가 되시었나니

이는 바로 큰 성인이라야

해탈의 문을 여시느니라

 

인욕으로 줄기가 되고

신근(信根)과 진근(進根)으로 꽃과 잎이 되어서

모든 큰 법의 열매 내실 터인데

그대는 훼방하지 말아야 하리

 

그대는 지금 어리석어 묶여 있지만

그는 이미 해탈을 얻으셨으며

그대의 번뇌를 깨뜨려야 하리니

장애의 인(因)이 되지 마시라

 

다시는 이 사람에게

나쁜 생각을 내지 말지니

한량없는 겁 동안 법을 익혀서

이제는 모두가 원만했으면

곧 옛날의 부처님네와 같이

여기서 보리를 증득하리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보리나무 신은 열 여섯 가지의 말로써 악마왕을 헐뜯었고, 정거천들은 한량 없는 미묘한 음성으로써 보살을 찬탄하였느니라.

이 때 악마왕은 성이 아직도 풀리지 아니하여 말하기를,

“이제 이 비구가 저 언덕을 건너게 되면 한량 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을 가르쳐서 나의 지경을 멀리 떠나게 하리라.”

하고, 다시 악마들을 타이르며 보살에게 몹시 굴게 하였지마는 굴 수가 없었느니라.

그 때 보살은 악마왕에게 말하기를,

“악마왕 파아피이야스야, 저는 자세히 들으라. 나는 이제 여기에서 너와 원수를 끊고 너의 나쁜 업을 없애고 너의 질투를 덜어 버리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리니, 너는 마음을 돌이켜 큰 기쁨을 내어야 하리라.”

하고, 또 파아피이야스에게 말하기를,

“너는 조그마한 선 때문에 지금 하늘의 과보를 얻었지마는, 나는 옛날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거룩한 행을 닦아 익혔기에 이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야 하리라.”

고 하자, 때에 악마 파아피이야스는 보살에게 말하기를,

“내가 옛날 선을 닦았다 함은 너도 알 수 있는 것이로되 너의 쌓았다는 덕은 누가 너를 믿겠느냐.”

라고 하는지라, 그 때에 보살은 천천히 오른 손을 올려 대지를 가리키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모든 물건은 무엇에 의지하여 나고 자라느냐 하면

대지가 평등의 인(因)이 되므로

이는 나를 위해 증명하리니

너는 이제 실다운 말을 살피라

 

 

그 때 지신(地神)은 형체가 미묘하게 갖가지의 진주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고서 보살의 앞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몸을 굽혀 공경하며 받들은 七보의 병에 향과 꽃을 가득히 담아서 공양하면서 보살에게 아뢰기를,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보살은 옛날 한량 없는 겁 동안에 거룩한 도를 닦아 익혔으므로 이제 부처님이 되시리다. 그러나 저의 이 땅은 금강의 배꼽인지라 딴 지방은 죄다 움직여도 이 땅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라고 이 말을 할 때에, 三천 대천 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큰 음성을 내며 열 여덟의 형상이 있겠느니라.

그 때 악마들은 흩어져 가는데 어지러이 의지할 데를 잃고 꺼꾸러지면서 이리저리 달려갔으며, 전번에 변했던 여러 가지의 몸들은 형상을 회복하지 못했느니라.

악마왕은 이 때에 신기(神氣)가 꺾여 겸연쩍고 다시는 위엄과 세력이 없어졌으며, 대지의 소리를 듣고 마음에 당황하다가 단번에 넘어지며 기절하여 버리자, 때에 지신이 있다가 곧 찬물로써 악마왕의 위에 뿌리면서 말하기를,

“그대 악마 파아피이야스야, 빨리 일어나 이 곳에서 떠나가라. 갖가지 병정과 무기가 와서 그대를 해치려 하리라.”

고 하셨느니라.

그 때 악마의 장자가 보살 앞에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말하기를,

“큰 성인이시여, 원컨대 저의 아버지가 범한 죄를 숨김 없이 참회하오니 들어주소서. 미련하여 천박하고 못나서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지혜가 없는지라. 큰 성인은 악마들을 데리고 와서 두렵게 하였사옵니다. 제가 먼저 간사하였사오나 저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사오니 이제 큰 성인께서는 너그러이 저의 아버지를 용서하시기 바라오며, 오직 큰 성인께서는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시기를 원하올 뿐이옵니다.”

라고 하였느니라.

 

그 때 대범 천왕과 석제환인과 수없는 천자들은 허공에 가득 차서 모두가 보살이 악마 군사들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하늘의 풍악을 잡히며 하늘의 마안다아라꽃(曼陀羅華)과 마하아(摩訶) 마안다아라꽃, 만주우샤카꽃(曼殊沙花), 마하아 만주우샤카꽃, 우둠바라꽃, 쿠무다꽃, 파두마꽃이며 푼다리이카꽃을 비내리고 하늘 전단 가루의 향을 보살의 위에 흩으면서 저마다 게송으로써 보살을 칭찬하였느니라.

이 때 악마왕 파아피이야스는 그 권속들과 함께 흩어져 떠나가서 제 궁전으로 돌아갔느니라.”

 

 

  

 

방광대장엄경 제 9권 지바하라 한역

21. 악마를 항복받는 품(降魔品)

 

佛紀 2552年 成道節 紀念

編輯者: 法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