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웰다잉 Well-Dying, 죽음이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

저자 : 오진탁 (한림대 철학 교수, 생사학연구소 소장)
출판사 : 세종서적

죽음을 사랑할 줄 알아야 삶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죽음으로부터 희망을 길어올리는 아름다운 마침표

행복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은 행복한 삶만큼이나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좀처럼 맞이하기 힘든 일입니다.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바라지만, 고통스런 질병이나 노년의 쇠약으로 육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존엄성에 대한 욕구도 함께 무너져 내립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의 고통만이 문제될 뿐 평생을 지켜온 인간다움은 일순간에 사라져버리고 그를 지켜보는 주변사람들까지 깊은 상처를 받게 됩니다. 평안한 내적 품성을 지닌 사람이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생을 마칩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죽음을 소망하건만, 왜 세상에는 불행하고 고통스런 죽음만이 넘쳐나는 것일까요? 행복한 삶이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행복한 죽음 역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 『마지막 선물』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행복한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웰빙을 넘어 웰다잉으로

요즘 우리 사회는 온통 웰빙Well-Being 바람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관심은 슈퍼마켓마다 널따란 유기농 코너를 만들었고, 전원주택 붐을 일으키는가 하면, 아침저녁의 TV프로그램을 점령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웰빙 붐을 벌써 식상해합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실천한다 한들 그것이 곧바로 삶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웰다잉Well-Dying이란 말이 호소력을 지닙니다. 우리의 삶을 마감하는 것은 죽음이므로, 웰다잉 없는 웰빙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차츰 깨닫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질’ 나아가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작은 안내서. ‘행복한 죽음’에 관해 이 책이 안내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행복한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둘째, 죽음의 질을 높이는 것은 곧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

이 책의 저자 오진탁 교수는 10여 년이 넘게 죽음의 문제를 고민해온 철학 교수. 죽음이란 우리 삶을 성숙시키는 ‘마지막 선물’이자 ‘최후의 기회’라고 말합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은 곧 한 사람의 삶이 아름다웠음을 보여주는 증거. 또한 아름다운 죽음이란 생전의 삶을 의미 있고 만족스럽게 보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곧 행복한 삶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5가지 이야기

우리 시대의 삶을 특징짓는 것은 죽음에 대한 망각. 죽음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이 현세적 삶만을 추구하는 것이 오늘의 삶입니다. 죽음의 모습이 대부분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이러한 죽음을 행복한 죽음으로 바꾸기 위한 다섯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죽음을 이해하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미지의 것에 대해 본능적인 공포를 느낍니다. 죽음 역시 ‘이미 죽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죽음을 무작정 두려움으로 대합니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죽음을 부정적인 것, 완전한 소멸이나 공허(空虛) 쯤으로 치부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 4가지로 평등합니다. 즉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는 것,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것, 어디서나 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 어디서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이처럼 죽음은 인간의 삶에 너무나 필연적인 것이므로,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죽음을 특별히 두려워할 것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둘째, 아름다운 죽음을 위해서는 먼저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죽음이란 육체적 삶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앞에서 삶의 외적인 조건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합니다. 죽음 앞에서는 벌거벗은 ‘나’만이 문제될 뿐. 죽음은 우리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았는가” “나는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
두 가지 질문만을 던집니다.

죽음은 우리의 자아가 삶을 통해서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시험하는 관문. 그래서 죽음은 ‘영혼의 마지막 성장’이라고 일컫는 것이며, 그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먼저 삶이 의미있게 영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셋째, 죽음의 모습은 여러가지이나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한 사건이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 절망과 두려움, 부정, 분노, 슬픔, 삶의 마무리, 수용, 희망, 여유와 웃음, 밝은 죽음 등 9가지 태도.

죽음의 모습이 부정적인가(앞의 5가지), 긍정적인가(뒤의 4가지)는 삶의 내적 가치를 얼마나 성취했느냐, 죽음을 얼마만큼이나 준비해 왔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죽음은 결국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거울.

넷째, 죽음 이후에도 삶은 어떤 형태로든 이어진다는 것.
죽음에 관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를 보면 죽음 이후가 완전한 소멸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종사자들의 증언, 임사체험 이야기, 위대한 종교들의 가르침, 빙의 현상, 티베트의 바르도 철학 등이 일관되게 죽음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티베트 사자의 서』에 제시된 철학은 인간의 삶을 탄생과 죽음의 사이에 걸쳐진 과정적 존재로 이해합니다.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게 되면 삶의 다양한 모습도 이전의 삶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고, 현재의 삶도 다음 삶을 위한 것으로 또 다른 의미를 얻게 됩니다.

다섯째, 존엄한 죽음은 최소한의 준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것. 이 책에서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 사항을 제안합니다. 죽음을 마주했을 때 그간 이룩한 삶의 가치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있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막연한 노력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①자신의 죽음 방식을 묻고 답하기,
②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해 ‘리빙윌Living Will’과 ‘사전의료지시서’ 작성하기,
③삶을 보다 의미있게 영위하기,
④장례방식과 장기기증 여부 결정하기,
⑤유서 쓰기,
⑥이웃과 사랑 나누기,
⑦웰다잉을 위한 명상 등이 있습니다.

죽음은 개인적인 문제이자 지극히 사회적인 문제

한 사람의 죽음이 존엄한 것이든 불행한 것이든 죽음은 그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당사자만의 고독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시대의 죽음이 대체로 행복하지 못한 것은 사회적 문제가 죽음의 현실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성공만을 최고로 삼는 가치관이 수많은 인생 도태자들을 양산하고 있고, 죽음을 오로지 육체적 현상으로만 이해하는 의료계의 무지도 죽음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 문화에 대한 공개적이고도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를 누차 강조합니다. 경제적 원인으로 인한 자살을 개인의 의지 박약으로만 보고 사회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는 노력을 쏟지 않는 한, 그리고 심폐사나 뇌사 등 죽음의 판정육체적 기준만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뿐 죽음의 영적 차원을 도외시하는 한, 불행한 죽음은 계속 양산될 것입니다. 학교와 사회의 죽음준비 교육, 죽음을 떳떳이 드러내고 모색하는 성숙한 죽음문화의 형성이 시급합니다.

자살, 어떻게 막아야 하나

오늘날의 죽음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살 문제입니다. 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 등 스타들의 충격적인 자살,  전직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연이은 자살 사태는 자살의 유혹과 모방 자살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2005년 자살사망자(12,047명)가 교통사고사망자(7,776명)의 1.5배가 넘는다는 통계 자료는 하나의 증거일 뿐입니다.

자살기도자의 자기 고백, 그리고 최면치료를 통한 자살자의 증언을 통해 자살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자살을 유혹적인 해결책, 혹은 도피구로 받아들이는 시각을 이 책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자살한다고 해서 당사자가 직면한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결코 도피할 수 없고,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 자살로 인해 죽음 이후에 끔찍한 고통만 가중되고 더구나 그가 사랑했던 남은 사람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임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시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무지나 사회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죽음준비 교육이 선행되고 성숙한 죽음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자살의 유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풍부한 사례, 실천적 정보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사례, 증언, 실천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오교수가 오랜 기간 동안 죽음을 맞은 임종자들, 호스피스 종사자의 간접 증언, 죽음과 자살에 대한 수많은 문헌적 자료들을 접하고 수집해온 결과, 이 책에 죽음의 진실들을 담아내고 있기도 합니다.

위대한 종교나 퀴블러로스를 비롯한 생사학 전문가들도 죽음이란 삶을 위해 주어진 선물이라는 데 견해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죽음 때문에 삶이 소중한 것이며, 죽음을 준비하면 이 삶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됩니다.


이 책의 차례

1장 웰빙을 넘어 웰다잉으로
동전의 양면
제발 죽는 사람을 괴롭히지 말라
죽음을 모르면서 삶을 어떻게 알까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모르면 두렵다
죽음, 삶을 비춰주는 거울

2장 잘 살아야 잘 죽는다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선물
내 인생의 보석들
죽음이 아니라 삶이 문제다
당신은 죽음을 사랑합니까?
영혼이 성장하는 마지막 기회

3장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죽음은 만인에게 평등하다―죽음의 진리
절망과 두려움―죽음의 반응 1
부정―죽음의 반응 2
분노―죽음의 반응 3
슬픔―죽음의 반응 4
삶의 마무리―죽음의 반응 5
수용―죽음의 반응 6
희망―죽음의 반응 7
여유와 웃음―죽음의 반응 8
밝은 죽음―죽음의 반응 9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4장 죽음, 끝이 아니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죽음이 끝이 아닌 이유
호스피스 봉사자의 증언―첫 번째 근거
임사체험자의 증언―두 번째 근거
빙의 현상―네 번째 근거
티베트의 바르도 가르침―다섯 번째 근거

5장 자살이라는 이름의 유혹
스타들의 죽음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누가 자살을 부추기는가
성공과 패배 ― 현대의 미신
자살자, 끔찍한 고통을 겪다
사랑하는 이들까지 죽이는 자살
죽음에 대한 무지가 자살을 부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영혼의 정화

6장 죽음의 가르침을 배운 사람들
사형수, 새롭게 태어나다
테레사 수녀가 가르쳐준 이야기
영혼을 정화하는 호스피스 봉사
“암의 특효약은 희망뿐입니다”
“죽음을 만난 뒤 삶을 알게 되었어요”

7장 존엄한 죽음을 위하여
죽음문화가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죽음 준비, 평소에 실천하라
올바른 죽음 이해를 위하여
웰다잉 ― 7가지 실천사항
사랑하는 이를 어떻게 떠나보낼까
새로운 죽음문화를 위한 제안
첫 번째 제안, 웰다잉 교육
두 번째 제안, 존엄한 죽음을 위한 선언
세 번째 제안, 호스피스의 활성화

부록 / 웰다잉을 위한 명상
1단계 만약 죽음이 찾아온다면―죽음의 준비
2단계 어떻게 죽을 것인가―죽음의 순간
3단계 ‘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육신과 영혼의 분리
4단계 빛의 존재를 만날 때―죽음 후의 질문들
5단계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영혼―영혼의 방황과 자각
6단계 죽음 체험을 통한 삶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