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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만들며

임일환

    무덤을 만들며 風影 林日煥 두꺼비를 죽였다. 흐린 여름날 콩밭을 매다가 풀 속에서 불쑥 기어 나온 돌기 투성이를 뾰족한 호미로 쪼아 주검을 만들었다. 개구리처럼 빠르게 뛰어 달아나던가 뱀처럼 섬뜩하게 나를 위협했더라면 호미는 여지없이 맨땅을 후려쳤거나 지레 겁먹고 내가 물러섰을 텐데 일격에 돌기마다 허연 독을 내비치며 두툼한 등을 복주머니처럼 오므리니 복 없는 일상의 탈출구라도 찾은 듯 호미가 춤을 추고 호흡이 빨라졌다. 뱃살을 보이며 나뒹구는 주검 앞에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종도 아닌 것이 열심히 파헤쳐도 밭이랑에 한숨 고이는 맥 빠진 농부를 놀라게 한 잘못이라며 미안한 마음에 애써 도리질할 때 하늘에 섬광이 일고 소나기가 쏟아진다. 예쁜 풀꽃도 농부의 밭에서는 잡초일 뿐 넋 놓고 쫓던 무지개가 사라진 들녘에서 늘상 길을 잃고 수렁으로 내몰리는 세상은 빠르고 강해야만 살아남는 거라 다짐하며 밭 가장자리 젖은 땅에 구덩이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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