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나무와 홍차나무는 어떻게 달라요?"라는 질문을 지난 주말에 또 들었다. 차(茶)를 좋아하는 젊은 목사님과 인연이 되어 도봉산 자락에 있는 아담한 교회에서 주 1회 차 모임을 10개월 동안 진행하고 있다. 종교 행사와 무관한 자리여서 스님과 무속인도 오고 호기심 넘치는 어린아이들도 온다. 찻잔에 빠진 마니아도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차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대부분이다.

일방적인 강의 대신 참석자의 눈높이와 관심에 맞춰 다담(茶談)을 풀어가다 보면 다양한 물음이 나온다. 그중 빠지지 않는 질문 3종 세트는 농약으로 버무린 차에 대한 불안과 가짜 수입차에 대한 우려, 비싼 국산 차에 대한 불만이다. 차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조목조목 얘기하다 보면 예정된 2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차 한잔 마시려면 마치 행사를 치르듯 번거로워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참석자에게 가정과 직장에서 간편하게 찻잎을 우려내는 손쉬운 방법을 체험하게 하고 따끈한 차를 함께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굳어 있던 분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찻잎으로 만든 차와 찻잎이 아닌 재료를 사용한 대용차(代用茶)에 대한 차이를 말할 무렵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바로 녹차와 홍차나무에 대한 궁금증이다. "배나무와 감나무처럼 전혀 다른 종류의 나무가 아닌 같은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취하더라도 차를 만드는 제조 방법에 따라 홍차, 녹차, 백차 등으로 달라진다"고 의문을 풀어드린다. 여기에 덧붙이면 녹차 만들기에 최적화된 차나무와 홍차에 알맞은 차나무 품종과 토양은 각기 다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만 여겼던 차에 대해 급호감이 생겨 당장 차와 차 도구를 준비하겠다는 분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이 생기고 차를 일상생활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질 때까지는 차를 위해 돈 쓰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

집 안에 숨어 있는 차부터 찾아 드시기를 권하며 차 모임을 마무리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