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700년 한국 불교 사찰음식의 특징

사찰음식이 건강식, 슬로 푸드, 웰빙 음식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한식의 한 종류로 소개되기도 한다.

동국대 조리교육과 석사과정 졸업생이자 전통사찰음식연구소 강사인 법송 스님(47)은 “사찰음식에 생명사상, 웰빙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일 필요는 없다. 사찰음식은 곧 존재하기 위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사찰음식은 스님들이 생존을 위해 먹어온 음식일 뿐, 거창한 사상을 담거나 건강을 위해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1700년이 넘는 한국 불교의 전통 속에서 사찰음식은 고유의 특징을 갖게 됐다. 동국대 교육대학원 조리교육과에서는 사찰음식과 일반적인 한식 간의 차이점을 4가지로 설명한다.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다.

살생을 금하고 있는 불교전통 속에 있는 사찰음식은 도축한 고기를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류도 마찬가지다. 대신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콩류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살생으로 얻지 않은 우유를 마시기도 한다.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5가지 매운 채소’란 뜻의 오신채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무릇)를 가리킨다. 한국에선 흥거가 나지 않기 때문에 흥거 대신 양파를 오신채로 치기도 한다. 오신채를 쓰지 않는 이유는 수행과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는 오신채를 날것으로 먹으면 화를 돋워 수행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찰음식에선 오신채가 아닌 고추 등을 사용해 맛을 낸다. 고추는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최소량만 사용한다.

제철음식을 강조한다.

스님들이 일부러 제철음식을 찾아 먹었다는 뜻이 아니다. 사찰에선 주로 신도들이 보시로 갖다주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제철음식이 사찰음식의 재료가 된 것이다.

음양의 이치가 맞는 음식이다.

대표적인 가을철 사찰음식인 깻잎구이를 예로 들어 보자. 사찰에서는 주로 늦여름에서 늦가을까지 깻잎을 먹는다. 깻잎구이에는 가을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밤과 대추를 넣는 전통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차가운 채소와 따뜻한 밤이 조화를 이루게 됐다. 사찰음식의 음양의 조화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